TBS '막내급 PD'가 쓴 글, 언론계 경직된 위계질서 실감'재원 구조' 문제로 TBS가 성장 못 했다는 주장은 '궤변'제작환경 탓하기 전, 특정인 고액출연료 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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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잘 모르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설명하면 PD저널은 한국PD연합회가 발행하는 미디어전문지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기자협회보와 비슷한 성격의 미디어전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정 정치, 이념세력과 거의 같은 시각으로 미디어를 보고 진단하는 매체라는 얘기다.
놀라운 것은 이 글이 TBS의 ‘막내급 PD’가 쓴 글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20대이거나 많아도 30대 초반쯤 되는 청년의 글일 것이다. 이 글에서 감지되는 청년의 감수성과 사고방식이 우리사회 586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태를 닮았다는데 우선 놀랐다. 이 글을 통해 선배에서 후배에게로 그대로 이어지는 언론계의 경직된 위계질서와 조직문화를 새삼 느끼게 한다.
생각해 보자. 서울시의회가 TBS를 버리려 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신파인가. TBS 대표라는 사람이 언론 인터뷰 여기 저기 나가 여당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오랜 세월 편파 방송이란 악명, 오명을 떨쳐온 TBS에 변화를 주려는 걸 마치 덜 자란 아이 밥 굶기듯 하려한다는 선동을 따라하듯, 그의 까마득한 후배인 TBS 막내 PD는 ‘우리를 버리려 하나’로 쌍팔년도 감수성을 소환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관계도 틀리다는 것이다. 막내 PD는 1990년 개국한 TBS가 다른 지상파 방송사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교통방송’ 수요 감소가 아니라 서울시 집권 여당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불합리한 TBS 재원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완전히 틀린 얘기인데다 고약한 선동이다. 서울시 집권 여당 변화와 상관없이 TBS에 대한 지원은 출범 후 계속 늘었다. 재원 구조 문제로 TBS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궤변이다. 왜 PD들이 TBS 재원구조 문제를 신경 쓰나. TBS가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해왔다면 재원구조가 이러니저러니 하는 문제 따위는 신경 쓸 이유가 없다.
TBS 외눈박이 행보 국민이 심판하겠다는데, 호도해서야
하지만 TBS가 그동안 특정 정치세력 기관방송처럼 해오다보니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이런 여론을 살피려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민 세금으로 그간 편하게 방송해온 TBS의 막내 PD라는 사람까지 이 변화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나서서 싸구려 감성까지 자극하여 ‘재원구조 탓에 TBS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다.
안 그런가? 이 글에서 더 가관인 것은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제작진행비 만 오천원을 주고 다큐를 한 달에 한편씩 만들어야 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돌아다닙니다. 고속버스를 타면, 돌아오는 차표는 자비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전국을 떠돌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지금도 TBS의 많은 PD, 기자, 리포터 선후배님들이 이렇게 서울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가 다른 언론에 투영되길 바라면서요.”
막내 PD는 자신들이 제작비 부족 등, 말하자면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린다는 우회적인 호소를 한 셈인데 그럼 막내 PD는 김어준이 가져가는 거액의 출연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공영방송 TBS가 특정인을 위해 거액 출연료를 퍼주느라 막내 PD가 제작비가 부족해 자비로 차표까지 해결해야 할 처지로 내몰린 현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본인은 자신들이 당하는 이런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이강택 사장에게 먼저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나. 막내 PD는 TBS 재원구조 걱정하기 전에 TBS의 부당한 재원분배를 지적하고 이강택 사장에게 부당한 처우 개선 문제부터 해결해달라는 글을 써야 맞는 것 아닌가. “미디어재단 TBS를 분유조차 먹이지 않은 채로 도로에 버리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정의로운 일인가?”라는 엉뚱한 신파 타령이나 할 게 아니고 말이다. 필자가 막내PD 처지였다면 TBS의 공영성을 위해 과도하게 높은 출연료를 줘야 할 출연자는 갈아치워야 한다고 진즉 선배들에 의견을 냈을 것이다.
만약 이강택 사장이 인기 높은 출연진에겐 고액 출연료를 줘야한다고 막내 PD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어떨 때는 시장논리를 앞세우고 어떨 때는 공공성을 앞세우냐고 세상 편리한대로 살지 말라고 선배들을 들이 받았을 것이다. 선배들이 노발대발 한다면 슬쩍 사과 한 개나 던져주면 그만이다. 막 방송계에 입문한 신입 PD에게 그런 대찬 용기도 없다면 앞으로 어떤 방송인, 언론인이 될지 미래는 뻔한 것 아닌가.
“단 한 개의 프로그램에 불완전한 저널리즘이 존재한다고 해서, 방송사를 없애려고 하는 시도가 맞는지는 의문”이라는 비겁한 궤변과 비약에 벌써부터 젖어있는 막내 PD라면, 그의 장래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필자의 확신이다. ‘뉴스공장의 위대했던 저널리즘 순간’이나 기억하는 반쪽 시각이 가득한 TBS의 운명은 분명하다. TBS를 버리겠다는 건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아니니 말이다. 그동안 TBS의 외눈박이 행보를 지켜봐 온 국민 다수의 의지이고 계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