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대검찰청에 고발박지원, 北 피살 공무원 감청기록 무단 삭제 혐의서훈, 귀순 어민 강제북송 합동조사 3일 만에 종료 혐의합동조사 끝내고 김정은에 초청장… 어민 북송문도 보내
  •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대상으로는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첩보 보고서 삭제' 혐의를, 서훈 전 원장을 대상으로는 귀순 어민 강제북송 당시 '합동 조사 강제 조기 종료' 혐의를 고발장에 적시했다.

    국정원이 6일 이 같은 혐의로 박지원·서훈 전 원장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한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이씨를 월북자로 매듭 짓기 위해 조직적으로 첩보를 취사선택했는지 주목되고 있다.

    박지원, '서해 공무원 피살' 단서 취사선택 혐의 

    국정원은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이던 이대준 씨가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고 북한군에 구조 요청하는 감청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록은 이씨가 해상에서 변을 당한 배경이 '월북'이 아닌 '표류'였다는 것에 힘을 실어 주는 단서다. 당시 국정원이 이씨의 피살 배경을 '월북'으로 매듭 짓기 위해 월북 가능성에 대치되는 일부 단서를 보고서에서 무단으로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고발장을 제출하자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이 제기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라디오에서 "그러한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또 봤다고 하더라도 (삭제를)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다"라며 "모든 보고서가 메인 서버에 들어가고, 내가 (삭제를) 지시했다 하면 지시한 날도 들어가고 삭제된 것도 (서버에) 남는다"고 항변했다.

    "제 것만 삭제하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남이 가지고 있는데, (다른)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데, 국정원의 메인 서버에 (기록이) 있는데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감청자료를 근거로 이씨를 월북자로 결론지었다. 관련 감청자료 중 북한군 상급 부대에서 "월북했느냐"고 묻자 현장에 있던 병사가 "월북했다고 합니다"라고 답변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해양경찰청이 이를 바탕으로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월북은 반(反)국가 중대범죄이며, 적극적으로 막아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고 결을 같이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방부에서 관련 감청 내용을 보고 받은 후 "7시간 북한 통신 보고 내용 중 '월북' 단어는 딱 한 문장에만 등장한다"며 "우리 정부가 '월북몰이'했다는 단서"라고 반박했다.

    서훈, '귀순 어민 북송' 신원 파악 조기종료 혐의

    서훈 전 원장은 2019년 11월2일 '귀순 어민 강제북송사건' 당시 귀순 어민의 신병 파악을 위한 합동 조사를 서둘러 끝낸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일반 탈북자 합동 조사에는 많으면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귀순 어민 강제북송사건 당시 합동 조사는 사흘 만에 종료됐다. 매우 이례적인 조사 속도다. 

    당시 합동 조사를 서둘러 종료한 배경에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라'는 서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가 "귀순 진정성이 없다"며 어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과 달리 북한 어민들은 합동 조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정부는 북측에 먼저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 주고 싶다"고 통지했다. 과거 북측은 '귀순자를 북송하라'며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합동 조사가 마무리된 2019년 11월5일 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귀순 어민·선박을 북측에 인계하고 싶다'는 뜻도 전달했다. 사실상 '김정은 초청장'과 '귀순 어민 북송문'을 함께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