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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KBS판 블랙리스트의 교훈

'적폐몰이' 앞장선 모 인사‥ 뜬금없는 대기업行국민의힘 모 의원이 'SK 이직' 도왔다는 풍문도'MB 임명' 방문진 이사가 '사장 해임' 악몽 연상KBS언론인 탄압 사건, 김의철 사장이 책임져야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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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27 10:00 수정 2022-06-27 10:02

▲ 김의철 KBS 사장. ⓒKBS 제공

방송계가 KBS 시사제작국장을 지낸 박 모 씨의 대기업 SK 홍보 담당 임원 이직설로 들끓고 있다. 박 씨가 문재인 정권 당시 KBS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적폐몰이에 앞장섰던 주역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마치 도망이라도 가듯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사표를 쓰고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행태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당당한데 무엇이 무서워 급하게 자리를 옮기려고 하나.

물론 과거 일과 대기업 이적은 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가혹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KBS 노동조합, 직원연대 등 증언에 의하면 박 씨는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7년 9월과 10월 당시 시사제작국장 신분인 그가 사내 게시판에 고대영 사장 퇴진 요구 파업에 불참한 78명의 파업 불참여자들의 명단을 올리고 협박성 선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글에서 “이번 파업과 제작거부에 중립은 없습니다. 고 사장 '퇴진'이냐, 아니면 '지키기'냐 둘뿐입니다” “언제까지 부역할 것인가? 부역을 넘어서 이제는 적극적인 공범자로 자처하려는가?” 등으로 파업 동참을 요구함과 동시에 “끝까지 부역자와 공범자로 남는다면 앞으로 달라질 KBS에서 어떻게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며 그대들과 저널리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개혁의 KBS에 그대들이 설 자리가 있겠는가?” 등의 글로 명단에 오른 78명의 동료들의 기회를 박탈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확히 ‘KBS판 블랙리스트’임을 알 수 있다. 이 글에 지지를 보낸 25년차 이상 기자 39명 중 대부분이 승승장구했는데, 김의철 기자는 알다시피 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이 됐고, 정필모 기자는 KBS 진미위를 만들어 위원장으로 일하며 정치보복을 자행한 뒤 부사장을 거쳐 2020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박 씨도 KBS 전략기획실 대외협력국장,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정치국제주간을 거쳐 2021년 시사제작국장이 됐다.

문제는 박 씨가 지목한 블랙리스트 78명 대다수가 이후 보직 박탈을 당하거나 KBS 직원들끼리 ‘유배지’로 통하는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KBS노동조합 등은 “당시 저 명단에 포함된 78명의 대부분은 사실상 게시물의 게시와 함께 시작된 따돌림과 겁박 때문에 극심한 심적 고통과 압박을 느꼈다”면서 “오랫동안 보도본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누구나 인정하는 성과를 냈던 많은 기자들이 중요한 취재나 제작, 편집 등의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자신의 젊음을 모두 쏟아부어 만들어왔던 경력이 모두 부정되는 현실을 보면서 좌절하고 통곡했다”고 했다.

명단이 작성되고 그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 대다수가 좌천, 배제되는 등 피해를 입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면 누가 봐도 명백한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정치보복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필자가 진짜 주목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월간조선 관련 보도에 의하면 박 씨가 SK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힘을 써줬다는 충격적인 증언이다.

윤석열 정권, 정신 똑바로 차려야

기사 중 이런 대목이 있다. “KBS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KBS 이사는 “박태서 전 국장이 SK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모(某)의원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KBS 장악에 앞장섰던 자와 연대하고 챙겨주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도대체 뭔가?”라고 분개했다.”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민주당 추천 이사들과 야합해 이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을 쫓아내는 기가 막힌 과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정권을 교체하고자 시민운동에 사력을 다했던 시민들 따로, 그러한 결과로 자리 한자리씩 받았던 얌체족 따로, 뭣도 모르고 자기 사람 꼽기 급급했던 보수우파 정당 무개념 국회의원들 따로, 그렇게 엉망으로 굴러가는데도 문제의식 없었던 당직자들이 따로 놀았던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 말이다. 불길하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에서도 지금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필자와 같은 시민들이 아무리 경고 사이렌을 울려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으니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지지를 얻어 강력한 모습으로 출범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두 전직 대통령의 개인적 처지나 정권의 말로가 좋지 않았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이런 작은 인사 오류나 박 씨와 같은 잘못된 불법적 사례에 대한 인사 청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정권이 부디 과거사례에 대한 복기를 제대로 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박OO 전 국장이 SK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모(某)의원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 “문재인 정권의 KBS 장악에 앞장섰던 자와 연대하고 챙겨주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도대체 뭔가?”라는 분노와 개탄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결국은 김의철 사장의 문제로 귀결된다. 블랙리스트에 의한 KBS 언론인 탄압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김 사장에 있기 때문이다. KBS노동조합 등은 김 사장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혐의로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나 수사기관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후 진실규명과 관련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오롯이 감사원과 수사기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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