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절 유럽서 소련 막던 나토… 냉전 후 러·中·北·이란 막는 자유진영 안보동맹으로 발전전문가들 “나토 같은 한미일 군사동맹 또는 나토식 핵공유 하려면 ‘반중협일’ 선결돼야”
  •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기념사진 촬영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기념사진 촬영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과 일본을 모두 초청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잘하면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그 전에 한일관계 복원 및 강화를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30개 회원국, 40개 파트너 국가 모인 나토… 서방 안보동맹으로 변화

    1949년 창설한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과 그 추종국에 맞서기 위해 서유럽 10개국과 미국·캐나다가 모여 만들었다.

    유럽에서 공산주의를 막는 장벽이던 나토는 냉전이 끝난 뒤에는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지역 안정과 질서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인도양과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중국의 패권주의 활동을 억지하려 노력했다. 알 카에다나 IS 같은 국제 테러 조직을 제압하는 데도 미국과 함께 움직였다.

    그 결과 나토는 이제 북대서양과 유럽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자유진영의 안보동맹으로 발전했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30개국이다. 유럽 아닌 지역 40개 나라와 파트너십(공식 명칭은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도 맺었다.

    나토는 아시아-태평양에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AP4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나토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했다.

    아시아 태평양에 접근하는 나토…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의 위협 때문

    나토가 범지구적 자유진영 안보동맹으로 변신한 가장 큰 원인은 다국적 위협 때문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 북한 핵개발, 이란 핵개발, 그리고 이들 네 나라로부터 일어나는 사이버 공격 등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침략 대응,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군사전략 구상,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를 막기 위한 방안, 북한·이란 핵개발 저지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에 강력히 반발하는 일본과 호주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뉴질랜드와 함께 4개국 정상회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따른 중국의 반발, 그리고 미국의 반박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0일 “일본정부가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정상회담을 통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의 행동에 반대하는 뜻을 밝힐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나토를 비난했다.

    왕 대변인은 “아시아-태평양은 북대서양이 아니다”라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반대하면 아시아-태평양이 반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왕 대변인은 또한 “나토는 이미 유럽을 어지럽혔는데 또 아시아-태평양과 세계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미국이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와 관련해 중국이 거부할 권리는 없다”면서 “우리는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유럽에서 보듯 영토와 주권을 향한 공격은 인도-태평양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이를 잘 안다. 그래서 한국이 이 회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핵 공유’ 가능성 키우려면…‘반중협일’ 실천 가능한가

    한편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든지 ‘나토식 핵 공유’를 언급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나토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안보협력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뭔가 특별한 군사적 협력은 없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물론 ‘나토식 핵 공유’가 이뤄지려면 ‘장애물’이 있다. 이것을 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애물’이란 반중협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제신문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두승 책임연구위원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이 지난해 호주·영국과 함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이유는 한·미·일 안보체제에 따른 실망감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일 갈등이 심해지고,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대상으로 보인 태도가 세 나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었다.

    김 위원은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를 양국관계로만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은 한·미·일 동맹의 큰 체제로 보고 움직인다”면서 “한일 협력을 개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식 핵 공유’ 또한 일본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다. 나토 ‘핵 공유’는 미국이 특정국가와 1 대 1로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나토의 관리 아래 여러 회원국과 핵무기를 공유한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 한반도를 대상으로만 ‘나토식 핵 공유’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해도 미국은 ‘나토’에서처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까지 묶어 ‘핵 공유’를 고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런 ‘다자간 핵 공유’를 하려면 선결해야 할 문제가 한일 관계 강화와 중국을 향한 단호한 태도와 정책기조 유지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나토식 핵 공유’는커녕 ‘한·미일 군사동맹’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