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병사의 저주 통했나…우표 발행 후 이틀 만에 가라앉은 모스크바함모스크바함 위상, 어느 정도 이길래…"미 해군이 항공모함 잃은 것과 비견될 정도"모스크바함 침몰 원인 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상충…격침설에 무게가 실려탑승했던 해군 40명 사망, 인명피해 더 늘어날 수도…"러시아 보복 공세 거세질 듯"
  • ▲ 넵튠 미사일 2발 명중해 침몰해가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함과 검은 연기 ⓒ트위터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캡처
    ▲ 넵튠 미사일 2발 명중해 침몰해가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함과 검은 연기 ⓒ트위터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캡처
    우크라이나의 넵튠 미사일 공격으로 침몰한 모스크바함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러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침몰로 해군 40명이 사망했고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일각에서는 모스크바함 침몰은 미 해군이 항공모함을 잃어버린 격이라며 러시아가 군사적·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아울러 엄청난 규모의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두 발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러시아군이 무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치명타에 무능하다는 비판까지 받은 러시아의 보복 공세가 거세질 조짐이다.
  • ▲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 모스크바함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 모스크바함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엿 먹어"라고 외치며 항전했다 ⓒ트위터 VThePR 캡처

    우크라이나 병사의 저주 통했나우표 발행 후 이틀 만에 가라앉은 모스크바함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우정국은 러시아 군함을 향해 '엿 먹어라'라는 문구가 적힌 우표를 발행해 판매를 시작했다. 우표를 보면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 모스크바함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다. 통상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것은 '엿 먹어라'라는 뜻으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우표 속 인물은 실존 인물로 우크라이나 병사 로먼 흐리보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24일 흑해의 즈미니섬에서 영해를 지키고 있던 흐리보우에게 러시아 군함이 접근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면 유혈사태와 불필요한 사상은 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군함, 엿 먹어라"라며 항전했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의 항전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우표 발매 행사가 열린 것이다.

    흐리보우의 저주가 통했던 것일까. 우표 발매 행사 후 이틀이 지난 14일 모스크바함은 침몰했다.

     

  • ▲ 러시아 모스크바함 피격당한 후 검은 연기 솟아오르는 모습 ⓒ 트위터 AdamKinzinger 캡처
    ▲ 러시아 모스크바함 피격당한 후 검은 연기 솟아오르는 모습 ⓒ 트위터 AdamKinzinger 캡처

    모스크바함 위상, 어느 정도 이길래"미 해군이 항공모함 잃은 것과 비견될 정도"

    모스크바함은 길이 187m, 21m로 승조원 약 5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의 기함이다.중량은 12490톤으로 대한민국 세종대왕함보다 2000톤 정도 더 나간다슬라브급 순양함으로 러시아 TOP3에 들어갈 정도의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모스크바함은 사령관이 타고 있고, 이름 자체도 러시아 수도인만큼 러시아의 자존심이라고 불리어왔다. 모스크바함의 침몰을 한국 상황에 빗대자면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 역할을 하며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이름으로 쓴 '서울함'이 침몰한 셈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모스크바함의 침몰은 러시아 해군력이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CNN"미 해군이 항공모함을 잃은 것과 비견될 정도"라며 "군함은 떠다니는 국가 영토다. 군함을 잃는 것은 군사력 손실뿐 아니라 정치적·상징적 메시지가 크다. 기함을 잃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00년 우크라이나 선박이 흑해에서 러시아 지대함 미사일에 피격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똑같은 방식이지만 러시아에 몇 백배의 피해를 입히며 되갚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 넵튠 미사일 ⓒ트위터 UKraineWar-2022
    ▲ 넵튠 미사일 ⓒ트위터 UKraineWar-2022

    모스크바함 침몰 원인 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상충격침설에 무게가 실려

    러시아의 자존심이자 해군력을 상징하는 모스크바함은 어떻게 하다가 침몰하게 됐을까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모스크바 침몰 원인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는 넵튠 미사일 2발이 모스크바함을 격침했다고 주장했다.넵튠 미사일은 소련제 KH-35 미사일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개발해 작년에 처음으로 실전에 배치됐다. 우크라이나가 작년에서야 실전에 배치된 넵튠 미사일 4발을 발사해 그중 2발을 명중시켜 모스크바함을 침몰시켰다는 얘기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무기고에 있는 탄약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하면서 선체가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의 격침설을 반박했다.

  • ▲ 훈련탄과 실탄이 구분없이 굴러다니는 모스크바함 내 무기고ⓒ신인균 국방tv
    ▲ 훈련탄과 실탄이 구분없이 굴러다니는 모스크바함 내 무기고ⓒ신인균 국방tv

    양측의 엇갈린 주장으로 정확한 침몰 원인은 앞으로 규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격침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신인균 국방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영리한 전략을 펼쳐 모스크바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그는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를 계속 보내 모스크바호가 가지고 있는 방공 미사일 64발을 거의 소진시켰다. 이후 넵튠 미사일 4발을 발사해 2발을 명중시키며 유폭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선체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의 군 기강 해이와 무능도 이번 침몰에서 한몫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인균 국방전문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모스크바함 내 무기고에서 훈련탄과 실탄이 구분 없이 굴러다니는 사진을 보여주며 "선체 내 관리가 부실한 것은 러시아의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 전문가는 또한 "모스크바함 침몰 당시 이고르 블라디미로비치 오시포프 사령관이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호위함대가 한 대도 없었다. 이는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안일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오시포프 사령관은 모스크바함 침몰과 함께 사망했다는 소문과 러시아 연방정보국이 체포했다는 구금설이 같이 떠돌며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어 신 전문가는 "전시 상황에서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사정권 내에서 같은 패턴으로 왔다 갔다 갔다 했는데 이는 적에게 나를 죽일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한 것과 같다. "고 비판했다.

  •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CNN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CNN

    모스크바함 해군 40명 사망, 인명피해 더 늘어날 수도"러시아 보복 공세 거세질 듯"

    침몰로 인해 엄청난 전략자산을 잃고, 국가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는 무능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에 러시아의 보복 공세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 16일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폭음이 연쇄적으로 울렸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겠다며 철수할 조짐을 보였던 러시아군이 다시 키이우를 공격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모스크바호 침몰에 대한 보복이라고 판단했다. 러시아의 보복설에 무게가 실리는 또 다른 증거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외곽의 바실키우 지역에 있던 넵튠 미사일 제조공장에 공격을 가한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유럽>"모스크바함 침몰로 40명 정도가 죽고, 다수가 실종됐으며, 더 많은 수병들이 다쳤다""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복수는 거세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스크바호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가능성은 진짜 정보가 아닐 수 있지만, 사실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우려해야 한다""그들에게(러시아)에게 사람 생명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러시아가 지금까지 군사적으로 직면한 차질과 좌절을 감안할 때 전술 핵무기 또는 저위력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모스크바함이 격침되기 전 미 해군의 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이 흑해 연안을 훑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