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간 갈등 심화된 상황…법조 인접직역의 단계적 축소·폐지 필요""사설 법률 플랫폼의 위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규제 있어야""변호사 배출인원 조정도 절실한 시점. 이미 법률시장 포화상태""반드시 필요한 대상에 대해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구조제도 보완"
  • ▲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서울변호사회 창립114주년 행사 및 제27회 시민인권상'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서울변호사회 창립114주년 행사 및 제27회 시민인권상'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윤 당선인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사법서비스'를 사법공약의 캐치프라이즈로 내세웠다. 그 골자는, 국민들이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보다 폭 넓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제공받을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윤 당선인 선거캠프의 정승윤 공정법치정책분과 위원장은 지난 2월 11일 「MZ세대 법조인, 법조계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한국법조인협회 주최, 서울지방변호사회 후원)에 참석하여, 사법공약의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주요 내용은 ▲법조인접직역 자격시험 혜택 폐지 및 권한∙규모 축소 관련 합리적 해결방안 마련,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 및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 강화 노력, ▲사법시험 부활 및 예비시험 도입이 아닌,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보완이다.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과 그간의 입장들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변호사 관련 사법정책은 '국민 권익과 맞닿는 변호사 역할 확대 및 변호사 공급 조절'에 향해 있다고 해석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러한 윤 당선인의 사법정책 기조에 대하여 큰 틀에서 찬성하며, 응원을 전한다. 그러나 향후 외부적 요인들로 인하여, 자칫 당초 약속되었던 사법정책의 방향성이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이에, 변호사 역할확대 및 건전한 법조생태계 확립을 위하여, 다음의 사항들을 다시금 당부한다.

    먼저, 법조인접직역의 단계적 축소·폐지가 필요하다. 변호사 공급을 급증시킨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안착되었음에도, 법조인접직역 증원 정책이 이어짐에 따라 직역 간 업무영역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다. 그 사이, 법률에 대한 학습과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법조인접직역사들이 법률전문가를 표방해 왔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자격시험에 있어 전직공무원들의 특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세무공무원들은 ‘세무행정사’ 자격 신설이라는 새로운 특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조인접직역의 규모와 권한을 축소∙폐지하는 정책들이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위 '온라인 사무장 로펌'이라 불리는 사설 법률플랫폼의 위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규제가 필요하다.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며,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치는 사설 법률플랫폼이 난립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수임질서 교란과 법률서비스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사설 법률플랫폼들은 예외 없이 규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하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운영을 앞둔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변호사 배출인원 조정 역시 절실한 시점이다. 이미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었다. 수년째 그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결원보충제를 폐지하고, 법률시장의 현실에 맞는 적정 배출인원 조정이 필요하다. 변호사 직역의 공공성 및 고도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지나친 공급 확대로 인한 법조생태계 교란은 곧 국가 전체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하여, 변호사 역할 확대 및 '민생3법안' 도입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법치행정 및 행정 전문성 강화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기관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을 의무배치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ACP, The Attorney-Client Privilege) 제도화를 통해, 국민이 충분하고 안전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의 권익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민생3법안(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도, 집단소송제)' 역시, 하루빨리 확대 도입되길 바란다.

    끝으로, '구조범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법률구조의 내실화를 기대한다. 현재, 중위소득 125% 이하(월 가계소득 558만원) 수준의 중산층까지도 구조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으로, 건당 투입예산은 비현실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정작 형사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조는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반드시 필요한 대상에 대하여만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구조제도를 보완함으로써, 국민들의 법률 조력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여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민 권익과 맞닿는 방향으로의 변호사 역할 확대 및 건전한 법조생태계 확립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한다. 사법신뢰 회복을 위하여는, 법조삼륜 중 국민과 가장 가까운 변호사 업계의 정상화가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