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도네츠크·루한스크인민공화국, 정식 국가로 승인" 서명… 평화 유지 명분바이든 '반군세력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 EU·나토 수장, 유엔 총장도 러 규탄
  •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점유한 분리주의 반군세력을 정식국가로 승인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점유한 분리주의 반군세력을 정식국가로 승인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을 점유 중인 분리주의 반군세력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분리주의 반군세력이 점유한 지역으로 진격하라고 명령했다.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목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소집을 요청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를 규탄하며 강력한 제재 시행을 예고했다.

    푸틴,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세력을 정식 국가로 승인…軍에 진군 명령

    BBC와 로이터통신, 알 자지라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정식 국가로 승인해 달라는 국가두마(러시아 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한스크인민공화국 지도자들과 우호·협력·원조조약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령에 서명한 뒤 러시아군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으로 진격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역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그 동부는 예부터 러시아 영토”라며 “러시아 국민들은 이번 결정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2014년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을 점유하고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이들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 것은 ‘평화유지군’을 빙자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주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 긴급 소집 요청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의 조치가 민스크협정 전면 파기를 의미한다고 규탄하는 한편 국제사회를 향해 ‘부다페스트양해각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러시아의 조치는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이자 러시아·반군세력들 또한 서명한 민스크협약의 전면 파기를 의미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조치를 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트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부다페스트양해각서을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에 따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양해각서란 소련 해체 후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해체할 때 서명한 각서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핵무기를 해체해 러시아로 이전하는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보존한다고 미국·영국과 약속한 내용이다. 해당 양해각서 6조에는 “우크라이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서명 당사국들이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 제재 행정명령 서명… 곧 추가 조처”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대상으로 한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분리주의 반군세력을 대상으로 한 미국인의 투자·무역·자금조달을 금지하고 해당 세력 주요 인물을 제재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곧 추가 조처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이 공휴일(대통령의날)임에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를 갖고 대응책을 협의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EU·나토 수장, 유엔 사무총장까지 러시아 조치 규탄

    국제사회도 러시아의 조치를 규탄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조치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이번 조치는 러시아도 당사자인 민스크협정을 위반한 행위이자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지역에 관한 러시아의 조치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유엔은 국제적으로 인정한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