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러시아, 우크라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꾸미려는 ‘가짜 깃발 작전’ 기획 중”해당 첩보 공유한 날 바이든 대통령 “우크라 주재 미국인 당장 철수” 권고 내려
  • ▲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에서 훈련 중인 민병대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에서 훈련 중인 민병대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빌미를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준비 중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해당 보도가 나오자 “서방국가와 언론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WP “10일 백악관 긴급회의서 러 ‘가짜 깃발 작전’ 임박 첩보 공유”

    신문은 러시아가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금주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침략 명분을 얻기 위해 적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꾸미는 작전이다. 1931년 9월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키기 위해 벌인 ‘유조호 사건’, 1964년 8월 미국이 베트남 전쟁 확대를 위해 일으킨 ‘통킹만 사건’이 대표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해당 첩보는 지난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공유됐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등 동부 접경에서 러시아군을 먼저 공격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유포하는 ‘가짜 깃발 작전’을 기획했다는 설명이었다. 신문은 “아직 러시아의 구체적인 작전 시점이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정보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당국자들은 해당 첩보가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 철수 권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N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순식간에 비정상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은 당장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NYT “美의 러시아 작전첩보 공개, 우크라이나 침략 정당화 어렵게 만들어”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계획 등에 대한 첩보를 공개하는 게 이례적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계획과 관련 첩보를 공개함으로써 러시아가 기만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르는 정치·경제적 비용에 대해 러시아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에게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부터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활용하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됐고, 또한 이를 어떻게 차단해야 하는지도 배웠다”고 신문에 말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워싱턴포스트 등의 ‘가짜 깃발 작전’ 보도가 전해진 뒤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해 서방국가와 언론이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는 서방의 침략적 행위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