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재고량 역대 최저… 러시아 자국 공급량은 오히려 늘려美, 카타르 등과 천연가스 공급 협상… 사우디나 미국이 가스 공급 나설 수도
  • ▲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블로베츠 가스관.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공급관을 일부 잠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블로베츠 가스관.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공급관을 일부 잠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보이자 미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 업체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최근 역대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원유 무기화 대비…대체 수입원 물색 중”

    뉴욕타임스(NY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갈등 과정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업체들과 논의 중인데 (유럽의) 잠재적 부족량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액화천연가스가) 확보 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곳에서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는 방법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에 대비해 미국이 액화천연가스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러시아, 미국과 더불어 세계 수위(首位)의 LNG 수출국이다. 생산한 LNG의 상당량을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와 원유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약 1280억㎥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가스관으로 공급받았다.

    “유럽 천연가스 재고량 역대 최저…러시아 국내 공급량은 늘려”

    한편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업체 가스프롬은 지난 24일 “유럽의 지하 천연가스 저장소(UGS)에 있는 재고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가스프롬을 인용해 “22일 기준 유럽 천연가스 재고량은 133억㎡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으며, 지난 2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2002년 1월의 114억5000만㎥ 이후로 가장 낮은 재고량”이라고 전했다.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지하저장소의 재고량 또한 22일 기준 121억㎥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감소한 것이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 감소를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관 일부를 잠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1일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육상수송관 ‘야말-유럽 파이프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때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1MWh당 180유로(약 24만3600원)까지 폭등했다.

    한편 가스프롬은 자국 내 가스 공급량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프롬은 “올해 1월부터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렸으며 국내 공급량도 늘렸다”고 밝혔다. 1월 1~15일 사이 천연가스 생산량은 231억㎥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으며, 국내 공급량도 6억㎥(3.7%) 증가했다고 가스프롬은 밝혔다.

    미국은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을 무기로 삼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액은 9조1000억 루블(약 138조4110억원)로 연초 계획보다 51.3% 많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정부예산 가운데 36%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서 나왔다.

    때문에 미국 정부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천연가스나 원유 공급을 무기로 삼기로 결정하면 결국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