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외무부, 전복계획 연루된 우크라이나 정치인 실명도 밝혀… 언급된 정치인 “말도 안 돼”NYT “바이든, 동유럽에 미군 수천 명 파병 방안 검토”… AP “현지 외교관 가족에 철수 명령”
  • ▲ 크림반도 점령지역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장갑차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림반도 점령지역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장갑차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현지 주재 외교관과 가족들에게 철수를 지시하고 현지 미국인들에게도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권고하는 등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영국 외무부가 발표한 ‘친러세력의 우크라이나정부 전복설’이 여전히 화제다. 

    英외무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친러 괴뢰정권 세우려 해”

    영국 외무부는 지난 22일 오후 10시30분(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정부가 우크라이나 침략계획의 일환으로 현 정부를 전복한 뒤 친러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친러 우크라이나 정치인 5명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일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계획에도 관여했다”며 정치인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영국 외무부는 예브겐 무라예프 전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을 친러정권 지도자로 지목했다. 그 외에 미콜라 아자로프 전 총리, 세르기이 아르부조프 전 부총리, 안드리이 클루예프 전 대통령비서실장,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 전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정부 전복계획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무라예프를 비롯한 이들 정치인은 2014년 축출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리드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밤 트위터에 “오늘 공개한 첩보는 우크라이나정부를 전복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우크라이나 침략은 큰 비용을 치를 거대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크렘린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목된 친러 정치인들 “말도 안 돼”… 러시아 “헛소리 하지 마라”

    통신은 이날 영국 외무부가 친러 정치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정부 전복계획에 어떻게 연루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름이 거론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과 러시아정부는 영국 외무부의 발표를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무라예프 전 의원은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러시아로부터 제재를 당했고, 러시아에 있는 부친의 재산도 동결된 상황”이라며 “영국 외무부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영국 외무부의 발표는 헛소리”라며 “영국의 이런 발표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며 “영국은 거짓말 유포를 중단하고 도발을 멈추라”고 반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정부를 전복하기 전에 영국이 미리 선수를 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미국 당국자들은 영국 외무부의 주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영국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정부 전복계획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러시아 측이 이런 시도를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백악관, 우크라이나 파병 검토… 국무부,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 철수 명령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영국 외무부의 ‘우크라이나정부 전복계획설’과 관련해 “이런 종류의 음모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과 함께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비슷한 생각임을 보여 주는 보도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발트해 연안의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수천 명의 미군을 보내는 방안을 백악관 참모들, 국방부 당국자들과 함께 검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1000~5000명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에 새로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할 경우 병력을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도 전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3일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의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치안을 예측하기 어렵다. 예고 없이 악화될 수 있다”며 대사관 직원 가족들의 철수를 명령했다. 또한 현지 미국인들에게도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여행경보도 ‘금지’ 수준으로 격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