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이 책 읽고 내용 맹목적으로 수용할 가능성 낮아”… 서울고법 판결 인정
  • 지난해 5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수사관들이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을 압수수색한 뒤 '세기와 더불어'를 압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5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수사관들이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을 압수수색한 뒤 '세기와 더불어'를 압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민단체들이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배포를 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했다. “보통사람들이 책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2심 결정을 인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NPK아카데미·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가 시민 19명과 함께 출판사 민족사랑방(대표 김승균)을 상대로 낸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금지가처분 신청 재항고와 관련, 지난 1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NPK아카데미와 시민들은 지난해 4월 “김일성을 미화한 <세기와 더불어>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라며 “그럼에도 판매가 허용된다면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헤치게 될 것”이라며 판매·배포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서적의 판매가 신청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책 내용이 주체사상에 기초한 전체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읽고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의 신청 기각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또한 “2심의 결정이 정당하다”며 원고의 판매·배포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1992년 4월부터 1998년 7월까지 펴낸 김일성 회고록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회고록이 아니라 그를 우상화하기 위한 북한의 체제 선전물로,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뿐이어서 역사적 가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적표현물’로 지정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민족사랑방’이 지난해 4월 원본 내용 그대로 국내에서 출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서점은 이 책 판매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