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의 입장문 써 놓고 돌연 입닫은 윤영호李대통령 '통일교 해산' 고강도 발언에 위축 가능성野, 李 지시는 여권에 대한 추가 진술 겁박'수사 대비한 전략적 침묵'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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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출석하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연합뉴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금품 제공 폭로가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의혹의 주요 당사자로 지목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 실명을 공개하기로 한 윤 전 본부장은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돌연 실명을 폭로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 당일 "여야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여당과 대통령실에 로비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실명을 폭로하지 않은 이유가 통일교를 겨냥한 듯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강성 발언'이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명 공개하기로 한 윤 전 본부장…장문의 입장문 써 놓고도 침묵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일교 2인자'로 불리는 윤 전 본부장은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했다.
애초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공판에서 국민의힘쪽뿐 아니라 민주당쪽에도 접근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실명 얘기하려다가 못했는데 그 부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는 최후변론을 통해 금품을 제공한 민주당측 인사의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받았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해당 인사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하고 관련된 장문의 입장문을 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결심공판에는 수많은 취재진 등이 몰리며 혼잡을 빚었고 본 법정 외에 공판 내용을 시청할 수 있는 별도의 중계 법정을 마련하느라 공판이 지연되는 일까지 발생했다.하지만 정작 윤 전 본부장이 애초 예상과 달리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측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다소 김빠진 모양새가 됐다.
한편 특검은 이날 공판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2인자로서 한학자 총재 지시에 따라 범행을 주도하며, 정치 세력과 결탁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28일 오후 3시에 윤 전 본부장의 1심 선고를 연다. -
-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DB
◆윤영호, 이 대통령 '종교재단 해산'에 압박느껴…통일교 공중분해 우려
윤 전 본부장이 돌연 입을 닫은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를 겨냥한 듯 강한 발언을 이어가며 '종교재단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는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 이를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헌법위반 행위이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이어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더라"며 "이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앞서 일본 법원이 지난 3월 고액 헌금 피해 등을 이유로 통일교의 해산을 명령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처분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읽혔다.이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통일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해봤느냐"고 묻고서는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법인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이 대통령은 통일교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측 인사에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이에 전날 특검팀으로부터 민주당 관련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하루 만에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 채비를 서두르는 상황이 됐다.윤 전 본부장으로서는 현 상황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 한발 물러섰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때문에 한때 몸담았던 조직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윤 전 본부장 측 인사 역시 이날 결심공판 후 취재진에게 "대통령이 그렇게 비판하는데 맞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조직 해체 가능성에 대한 압박감을 언급했다.
◆야당, 대통령 지시는 여권에 대한 추가 진술 겁박…'입틀막' 성공야당 역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통일교 측에 여권에 대한 추가 진술을 하지 말라는 겁박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뒤늦게 '여야 엄정수사'를 지시했지만 통일교 게이트를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은 처방"이라며 "특검이 민주당 금품 수수 의혹을 무마한 정황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사전에 미리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크며, 느닷없이 '종교단체 해산'을 외친 이유도 통일교를 압박해 본인과 민주당 관련 폭로를 틀어막으려는 행태였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대통령이 두번씩이나 공개적으로 '불면 죽인다'고 하니, 제가 어제 예상했던 대로 통일교 측이 겁먹고 예고했던 돈 받아먹은 민주당 인사들 명단 공개를 안 했다"고 말했다. 소위 '입틀막'이 성공할 수 없다며 "통일교 '복돈' 받아먹은 썩은 정치인들에 국민들께서 크게 분노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향후 경찰 조사나 재판 전략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가 폭로가 재판부에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선처를 염두에 두고 '패를 감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