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취록' MBC 방송 후… 온라인서 비난 대신 긍정적 반응김건희 팬카페 회원수 215명→2675명으로 폭증…방송 하룻새 12배↑"오해 풀려" "걸크러쉬"… 박원순 측 정철승도 "방송 하지 말았어야"'안희정 동정론'엔 "공감" "2차 가해" "천박한 인식" 등 의견 엇갈려
  •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녹취록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예고된 정치적 파장 대신 도리어 김씨를 향한 긍정적 반응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오히려 여권 성향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윤 후보가 '친문'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그동안 공개된 윤 후보 관련 '미담'이 재조명되는 상황도 전개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에 관한 김씨의 견해도 남성층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됐다. 미투 사건의 당사자인 김지은 씨도 김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건희 녹취록 공개에…"시원시원하다" 반응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눴다는 '7시간 통화'가 지난 16일 저녁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일부 공개됐다. 김씨는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며 여권이 오히려 '조 사태'를 키우고 윤 후보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꼴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주체는 진보가 아닌 보수' '미투는 문재인정권이 촉발한 것' '안희정 불쌍하다' 등의 견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또 자신을 둘러싼 접대부 '쥴리' 의혹과 동거설도 강하게 반박했다.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실시간 채팅창에는 김씨를 향한 비판 대신 오히려 긍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오해도 풀렸고 없던 호감도 갖게 됐다" "걸크러시다" "시원시원하다"는 호평이다.

    게다가 김씨의 팬카페 회원수도 급증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지난달 19일 개설된 김씨의 팬카페 '건사랑'의 회원수는 16일까지 215명이었다. 하지만 MBC가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중 일부를 공개된지 하루만인 17일(오후 8시 기준) 2675명이 됐다. 회원수가 약 12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 1월1일~15일까지 카페 회원수가 2명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회원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팬카페 게시판에는 "오늘 방송 보고 멋있어서 가입했다" "이제까지 오해했다" "힘내고 정권교체 하자" 등의 글들이 게시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도 방송 직후 페이스북에 "내가 김건희 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며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친문' 지지자들 중심으로 윤석열 재조명 확산

    아울러 김씨의 녹취록은 강성 '친문' 성향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윤 후보 옹호론을 이끌어내는 등 긍정적 여파가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친문 지지자들이 윤 후보 지지 추세로 돌아서며 윤 후보의 장점을 부각하는 현상이 포착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과 '맞팔(서로 팔로우하는 것)'하는 등 친여 성향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오히려 윤 후보가 '친문'에 더 가깝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 네티즌은 "이재명캠프 민주당이 MBC와 짜고 정치공작했다는 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김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김혜경 녹취를 틀 수밖에 없겠다" "김건희 녹취록 때문에 윤석열 쪽으로 여론이 뒤집어지자 X줄 탄 조국" "민주당에 묻고 싶은 말은 대장동 끌어안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법을 지키라 말할 수 있나. 윤석열의 재발견이 아니라 쟤(윤 후보)는 처음부터 강골 이미지로 결국 저 자리(대통령 후보)까지 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 부부의 애완견 토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이씨를 비교하는 게시물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다. 

    이씨와 토리의 사진을 나란히 붙인 이 게시글은 이씨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2남 중 1남, 불법도박 혐의, 성매매 혐의, 성추행 댓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토리 사진에는 "윤석열 4견3묘 중 1견, 유기견 출신 진돗개, 교통사고 후 4년간 17번의 수술 통해 회복" 등이라고 적혀 있다.

    친문 지지자들은 윤 후보의 친구 신용락 변호사의 편지로 알려진 글도 공유하며 윤 후보의 긍정적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글에는 신 변호사가 고등학교 시절 윤 후보를 향해 "너는 공이라서 이리저리 내키는 대로 부대끼는 대로 갈 수 있다"며 "'자반이 불축이면 수천만인도 오왕의라(내가 곧고 정의로우면 설사 천만인이라도 나는 가서 대적할 것)', 너는 이 말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믿는 사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고 호평한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해당 글은 한 소녀를 향해 '그X'이라고 거친 욕을 퍼붓는 등 원색적인 이 후보의 일기장과 비교되는 감성으로도 전파됐다. 

    이 후보가 지난 15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직접 공개한 일기장에는 "낮에 옥상에서 노는데 그X이 기도회인가 뭔가 하는 데서 어떤 남자애와 아주 다정히 얘기하고 있었다. 다시 떠오른 생각, 잊어버리자. 어쩐지 어젯밤 꿈이 맞는구나"라고 적혀 있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한 김씨의 발언도 화제다. 한 네티즌은 '미투'와 관련해 "둘이 서로 좋아가지고 했으면서 김지은이 웃기는 애다" "둘이 합의하에 해놓고서는 지금 와서 미투라고 한다" "잘못하면 미투에 걸려. 그러면 사람이 매장돼" "사회가, 아니 어디 연애나 하겠어? 남자들?" 등 김씨의 발언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이념 떠나서 남자들 100% 공감"이라고 적었다.

    또 "김건희 씨 저 말에 저는 공감한다. 서울의소리는 윤석열 좋게 광고해 주는 역할 한다" "부인이 페미(페미니스트) 손절해 줬다"는 등의 공감 반응이 잇따랐다.
  • ▲ 친문 성향의 지지자가 지난 16일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이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부부의 애완견 토리를 비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트위터 캡처
    ▲ 친문 성향의 지지자가 지난 16일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 이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부부의 애완견 토리를 비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트위터 캡처
    김건희 '안희정 동정론'엔 반응 엇갈려… 김지은 씨, 사과 요구

    반면 안 전 지사의 미투 관련 김씨의 발언에는 "2차 가해" "정상적인 와이프로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천박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를 조롱하는 김건희의 이야기"라며 "바로잡아도 모자랄 판에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이렇게 정반대의 부적절한 인식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절망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도 미투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는 MBC 스트레이트에 "성 착취한 일부 진보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김지은 씨는 17일 '김건희 씨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한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의 사과 요구' 제하의 성명을 통해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며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지은 씨는 그러면서 김씨를 향해 "사과하시라"고 요구했다.

    한편, 김씨의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냉철한 비평도 나온다. 보수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고문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의 발언을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며 "'나는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운 음악을 싫어하고 종일 클래식만 듣는다'는 말에서나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얼굴을 굳게 만드는 언어들"이라고 직격했다.

    정 전 고문은 "그녀가 말하는 영적이라는 단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이 소위 교양인들의 영적인 것과 어디에서 갈라지고 어디에서 일치하는 것일까"라며 "이준석은 이런 언어들에 대해 '그래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한국인 인식의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미성숙성, 유아적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 더한 우리 마음 속의 뒤엉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와 한국 정치인들의 이 척박함이여"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