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지켜본 오영수는 화려하진 않지만 뒤에서 조용하게 연극을 받쳐주는 배우였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인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자기 몫을 성실하게 해내면 이런 기회도 온다는 걸 새삼 느꼈고, 반가웠다."(신구)

    "'오징어 게임'이 부각되니까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처럼 광고, 작품 등 제 이름이 여기저기 불려지게 됐다. 배우로서 중심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자제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연극 제안을 받았다."(오영수)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해 출연작만 230편에 달하는 배우 신구(85)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 1번 오일남 역을 맡아 세계적인 눈도장을 찍은 오영수(77)가 연극 '라스트 세션'을 통해 깐부를 맺는다.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무신론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가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이번 시즌은 연극 '킬 미 나우' '그라운디드' 등의 연출을 맡았던 오경택이 지난해 초연에 이어 참여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 역에 신구·오영수,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루이스' 역에는 이상윤·전박찬이 캐스팅됐다.

    오영수는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사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다. 관념적이고 논리적이라 헤쳐나가기가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신구 선배가 이 역할을 했다고 해서 용기를 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구는 "작품이 무겁고 부담이 돼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미진하고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 다시 보완하자는 마음으로 재연에 출연하게 됐다.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지만 관객이 쉽고 즐겁게 관극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며 "오영수 배우가 합류해 극이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 8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 오경택, 배우 전박찬·신구·오영수·이상윤(왼쪽부터).ⓒ강민석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 오경택, 배우 전박찬·신구·오영수·이상윤(왼쪽부터).ⓒ강민석 기자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연극계에 입문한 오영수는 1987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2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의 이번 연극 무대 복귀는 2019년 12월 '노부인의 방문' 이후 2년여 만이다.

    오영수는 "이 작품이 배우로서 제가 지향해왔던 모습으로 가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뜻 깊게 생각한다"며 "프로이트는 누구나 혼자고, 끝까지 노력하면 언젠가 어떤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데, 배우의 모습과 비슷하다. 프로이트의 의식에 얼마나 더 가까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 시대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와 의미도 언급했다.

    신구는 "연극으로 배우를 시작했다. 다른 매체에서도 활동하지만 제 안에는 '연극 DNA'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계속 무대에 설 것"이라며 "연극은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역사가 있는 한 무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영수는 "연극은 제 삶의 목적이고 의미다. 배우와 관객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삶의 가치관을 찾기도 한다. 연극은 보고 나서 뇌리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을 잘 때, 아침에 깨어나서 또 생각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 작가는 실제로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 삶의 의미, 죽음 등 도발적인 토론을 야기한다.

    오경택 연출은 "다루고 있는 언어들이 전문적이고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원래의 뜻이 온전히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우려했는데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셨다. 세계적인 석학 2명의 지적인 논쟁이 우리의 뇌와 생각을 자극한다. 단순히 설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나약하고 불안정하며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준다"며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내년 1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