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외교부 출신 김건 "외교 실책"나경원 "외교에 '삭제 버튼' 없다"안철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靑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해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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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조직을 겨냥해 현지어로 올린 강경 경고 글이 외교 문제로 번진 뒤 삭제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SNS 소통 방식이 외교·국정 운영 전반의 리스크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국가 원수의 발언이 외교적 파장과 기록 책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우발적 상황이 아닌 국정 관리 방식의 문제로 보고 공세를 강화했다.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이 대통령이 캄보디아어로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쓴 SNS 글에 대해 우리 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지금은 그 글이 '슬쩍 삭제' 됐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외교 망신"이라고 비판했다.송 원내대표는 해당 범죄가 "기본적으로 중국 범죄 조직이 자행한 범죄"라면서 "이 글을 캄보디아어로 쓰면 캄보디아 정부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나 외교부 어느 참모 하나도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 했다는 말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이어 "한없이 가벼운 이재명식 SNS 정치가 경제, 외교, 사회 전 분야에서 좌충우돌 사고를 치고 있다"며 "즉흥적인 메시지로 설탕세 논란을 일으켜서 관련 업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 운운하면서 극단적인 협박성 메시지를 냈다"고 비판했다.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게시했다.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현지 중국 범죄조직도 이제는 한국 경찰의 단속이 두려워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소개하며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라는 문구를 올렸고, 같은 내용을 캄보디아어(크메르어)로도 함께 작성했다.이후 캄보디아 정부는 김창룡 주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이 대통령이 크메르어로 해당 글을 작성한 취지에 대해 문의했다. 김 대사는 '범죄집단이 영어나 한국어를 모를 수 있어 크메르어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알려졌다.캄보디아 측의 문의 이후 해당 글은 이 대통령의 엑스 계정에서 삭제됐다. 외교부 측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속) 성과를 평가하고 온라인 스캠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겨냥해 현지어로 올린 경고 글. 해당 게시물은 지난 2일 삭제됐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35년 경력의 외교관 출신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캄보디아 현지) 기사에는 '수많은 캄보디아인이 이 대통령의 게시물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캄보디아인을 나쁘게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 '의도가 무엇이냐'라는 현지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김 의원은 "캄보디아 국민 대다수는 범죄와 무관한 선량한 시민들"이라며 "다른 나라 대통령이 자국의 언어로 위협적인 표현을 게시했을 때 그 나라 국민이 느낄 감정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상대국 국민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는 위화감과 반한 정서만 키운 명백한 외교 실책"이라고 꼬집었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외교에 '삭제 버튼'은 없다. 뱉은 순간 역사가 되고 책임이 따를 뿐"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재명 대통령처럼 개인 SNS 계정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마음대로 삭제한다면 이는 권력 행사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우는 것과 다름없다"며 "부동산 정책이 큰 실패로 이어지면 그때도 그 글들을 삭튀(삭제하고 도망)할 건가"라고 반문했다.그러면서 "'이재명식 SNS 삭튀'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가의 약속"이라면서 대통령 SNS 게시물의 생성·보존·삭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제재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록의 생성·보존·삭제에 관한 기준 마련, 삭제 시 사전 심의 절차 도입, 위반 시 강력한 제재 조항 등을 법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은 '패가망신'을 거론하며 캄보디아어로 경고성 트윗을 남겼다가 삭제했다"며 "명백히 법적 절차를 거쳐 보존되어야 하는 대통령기록물임에도 자의적으로 삭제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안 의원은 "대통령은 사인이 아니다"라며 "국가의 행정수반으로서 법적 절차에 따라 말과 글이 철저히 기록되고 보존되며 인수인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 의원은 또 관련 법규를 인용하며 "대통령기록물법상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록물을 폐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삭제 이유에 대해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하셔서 삭제한 걸로 짐작된다"고 말했다.외교부 당국자도 캄보디아 측이 김 대사를 통해 외교적으로 항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통상적 소통이었으며 (항의의 의미가 담긴) 초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