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모녀 살인' 변호한 이재명… 잔혹 연쇄살인을 데이트폭력으로 둔갑 논란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일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일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자신이 변호한 조카의 모녀 살인사건을 단순 데이트폭력으로 둔갑시키자 민주당과 비슷한 성향의 진보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연 진보당(통합진보당 후신) 대통령후보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를 겨냥 "칼로 37회 찔러 살해한 행위를 '데이트폭력'이라고 부른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조카는) 마트에서 33㎝의 부엌칼과 투명 테이프 5개를 구매한 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과 그의 모친의 손을 테이프로 묶고 칼로 37회 찔러 살해했다"면서 이 사건을 단순 '데이트폭력'으로 부른 이 후보의 '사과'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살인범에 대해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던 변호인이 15년 만에 내놓은 발언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고 부연했다.

    "유엔이 정한 '여성폭력추방의날'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라면 더욱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한 김 후보는 "살인과 폭력에 '데이트폭력'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그 때는 피할 수 없었다, 내게도 아픈 과거다라고 변명하는 태도로는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망가뜨리는 중대 범죄"라며 "여성과 사회적 약자, 나아가 모든 국민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 과정에서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고 운을 뗀 뒤 "제 일가 중 한 사람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 후보가 여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여성 안전'을 약속하면서도 최근 대장동에 이어 초대형 악재로 떠오른  '조카 모녀 살인사건 변호' 논란을 의식해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흉악 범죄를 단순 데이프폭력으로 슬쩍 바꿔 부른 점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을 말한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의 조카 김모 씨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칼과 포장용 투명 테이프를 들고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과 그의 모친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여성의 부친은 사건 당시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 가해자인 조카의 1, 2심 재판의 변호를 맡았다. 이 후보는 당시 조카를 변호하며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피해자의 부친은 26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폭력이라니요"라며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죽을 때까지도 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며 "이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어찌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지…"라고 말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