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고통 속에서 사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 보란 듯 끄집어내, 뻔뻔하다" 분노"사이코패스를 심신미약으로 변호" 지지층도 당혹… 민주당 "긁어 부스럼" 대책 부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민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민석 기자
    조카 살인사건을 변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이를 사과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표현해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해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은 "일가족 살인사건이 데이트폭력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족 중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았다"며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다.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오로지 가해자 심적 고통만 말해"

    이 후보가 거론한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이다. 이 후보의 조카 김모 씨가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여자친구를 흉기로 19번, 그의 모친을 18번 찔러 살해했다. 옛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사건 당시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가해자인 김씨의 1, 2심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아 '충동 조절 능력 저하'를 주장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감형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이 후보가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하며 사과한 것을 두고 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회는 26일 '이재명특위가 이재명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묻는다'며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 후보는 '고통의 기억'이라며 오로지 가해자가 입은 심적 고통만 말하고 있을 뿐인데, 향후에도 살인사건 생존 유가족을 만나 직접 사죄할 계획이 있는가"라며 "향후 특위는 이 후보의 답변을 추가 검증하여 이 후보의 도덕성, 피해자 인권에 대한 태도, 사건의 진실을 축소 및 은폐하려는 시도 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피해자들은 억울한 죽음을 맞았고 유족은 기억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참담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태도"라며 "당시에도 정치인이 되기를 선언했던 사람으로서 이는 지도자의 자질 문제"라고 비판했다. 

    친여 커뮤니티서도 "악재" "충격"

    당시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 아버지의 인터뷰도 등장했다. 26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이 후보의 사과에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범죄에 대해 데이트폭력이라니요"라며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온라인 친여 커뮤니티에서도 쉽사리 이 후보를 감싸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2030세대에 악재인 것 같은데 잘 풀기 바란다" "아무리 식구라도 사이코패스를 심신미약으로 변호했다는 게 좀 충격" "이걸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등의 글이 게시됐다.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고민이 깊다. 이 후보가 3박4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한 상황에서 터진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상승세를 타나 싶던 상황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은 아닌지, 후보 주변 공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후보가 호남으로 가서 바닥 민심을 훑는 상황에서 악재다. 국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