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6억2000은 수표, 중도금 12억4000은 계좌, 잔금 43억4000은 수표+계좌로 지불경기남부경찰청, 김씨 부인에 "배당금 101억원과 수표 사용 내역 지참해 출석" 통보김만배 부부 현재 주소지와 달라 '또 다른 부동산' 가능성… 김씨 부인, 연락 끊고 잠적
  •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소재한 판교산운아펠바움 타운하우스 ⓒ이상무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소재한 판교산운아펠바움 타운하우스 ⓒ이상무 기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부인 김모 씨가 판교 타운하우스 매입자금과 관련해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모 씨는 2019년 10월 천화동인1호 법인 명의로 '판교산운아펠바움' 1채 433㎡(131평)를 62억원에 매입했다.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소재한 이 타운하우스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국내 최고급 주택이다. 관리비가 월 2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배산임수 터에 자리 잡은 것으로 유명해졌다.

    24일 이 타운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자 곧바로 보안업체 직원이 나와 "무슨 목적으로 찍느냐.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제지했다. 총 34가구로 구성된 단지는 외곽에도 CCTV 감시가 철저했고, 순찰 직원이 돌아다니는 등 경비가 삼엄했다.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천화동인1호 이한성 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타운하우스를 계약했다. 당시 매입가의 10%인 6억2000만원은 수표로 지불하고, 같은 해 12월 중도금 12억40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이듬해 1월 잔금 43억4000만원을 수표와 계좌이체로 나누어 지불했다.

    세 차례 나눠 수표·계좌이체로 지불

    김씨는 천화동인2호 소유주로 대장동 개발 초기 872만원을 투자해 총 101억원을 배당받았다. 화천대유 이성문 전 대표 등으로부터는 수표를 받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 수사팀은 타운하우스 매입자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김씨에게 해당 배당금 101억원과 수표의 사용 내역을 지참해 22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그러나 24일까지도 잠적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통보 전에 수 회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김씨가 향후 계속 소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경찰은 강제수사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판교 타운하우스 실소유주·실사용자를 규명하기 위해 주택과 관리사무소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9년 이후 김만배 씨와 이성문 전 대표, 이한성 대표 등 3명과 법인의 금융거래에서 횡령 또는 배임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참고인 소환 조사는 5월 이 전 대표, 9월 김씨, 10월 이 대표 순으로 이뤄졌다.

    현재 김만배 씨 부부와 이한성 대표 등의 주소지는 이 타운하우스가 아니다. 이 대표는 경찰에 출석할 당시 타운하우스의 매입 목적을 "모델하우스 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한성 "모델하우스 용"… 김만배 "내가 살 집"

    경찰이 이 대표 등 3명을 조사한 이후 부인 김씨를 소환한 것은, 천화동인2호 배당금 101억원과 이성문 전 대표 등으로부터 받은 수표 사용 내역을 문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 후 김씨가 이 전 대표와 공모해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횡령 혐의점이 없으면 타운하우스에서 압수한 압수물을 김씨에게 돌려주는 가환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이 김씨의 매입자금을 두고 횡령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김씨나 이 전 대표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할 수 있다. 화천대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19년 화천대유에서 26억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았고, 2020년에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12억원을 빌린 바 있다.

    한편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만배 씨가 타운하우스를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만배 씨 측은 "살기 위해 구입한 집"이라고 반박했다.

    매입 당시보다 26억원 상승

    일각에서는 천화동인3∼5호와 7호 실소유자들이 2019년부터 올해 사이 자신이나 관계 법인 명의로 서울과 부산 등지의 건물을 매입한 것처럼, 김씨도 투자 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매입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판교산운아펠바움은 이달 기준 매매가가 88억원에 올라왔다. 2년 전보다 26억원 오른 셈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은 하나밖에 없다"며 "집집마다 면적은 소폭 차이가 있지만 매매가는 동일하게 대략 88억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