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2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19일 피아노 소나타 5곡, 20일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 ▲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빈체로
    ▲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빈체로
    "베토벤이라는 한 예술가는 제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선물처럼 안겨준 것 같다. 지금 베토벤은 제 레퍼토리와 삶의 중심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가 2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다.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1일 대전예술의전당, 24일 대구콘서트하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부흐빈더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기자들을 만나 "벌써 세 번째 백신 접종을 완료해 아무 문제 없다. 독감처럼 백신을 맞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국처럼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의 특별한 관객을 만나는 건 어렵다. 2019년 내한 당시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이고 큰 호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돌아갔다. 김치를 좋아하고 맥주도 마셔봤다"고 덧붙였다.

    부흐빈더는 코로나19로 지난해 미뤄졌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앙코르 공연과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19일에는 부흐빈더가 엄선한 14번(월광), 20번, 8번(비창), 10번, 21번(발트슈타인) 등 피아노 소나타 다섯 곡을 연주한다.
  • ▲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빈체로
    ▲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빈체로
    그는 "베토벤은 로맨틱한 혁명가다. 32개의 소나타에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슬픔 등 삶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이 녹여 있다. 각 소나타에 담긴 감정을 통해 당시 베토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 날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하며 처음 기획한 '디아벨리 프로젝트'가 재현된다. 빈의 출판업자 겸 작곡가 안톤 디아벨리는 1819년 자신이 작곡한 왈츠를 음악가 50명에게 나눠주며 각자 변주곡을 쓰도록 했으며, 1824년 모음집이 출판됐다.

    지난 3월 공개한 '디아벨리 프로젝트'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었던 2020년 부흐빈더가 선택한 레라 아우에르바흐, 로디온 셰드린, 외르크 비트만, 탄 둔, 브레트 딘, 도시오 호소카와, 크리스티안 요스트, 막스 리히터 등 현대 작곡가 11인이 참여했다.

    이날 현존하는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의 주제가 된 안톤 디아벨리의 왈츠로 시작해 현대 작곡가들이 새로 쓴 디아벨리 변주곡, 베토벤과 리스트·체르니 등 동시대 작곡가들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 베토벤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을 함께 들려준다.

    부흐빈더는 "1973년 디아벨리 변주곡 전곡을 50명의 다른 피아니스트와 녹음한 적이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연주하지 않다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작곡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고 싶었다"며 프로젝트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 ▲ 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 리사이틀 포스터.ⓒ빈체로
    ▲ 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 리사이틀 포스터.ⓒ빈체로
    부흐빈더는 불과 5살의 나이로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해 화제를 모았으며, 현재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50회 이상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사이틀과 세 차례의 소나타 32곡 전곡 음반 발매로 '베토베니안(베토벤 애호가)', '살아있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이에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평론가 요아힘 카이저는 부흐빈더에게 "너는 이제 자유로워질 때가 됐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 베토벤을 연주해왔는데, 절대 질리지 않는다. 연주할 때마다 항상 즐겁고 새로움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베토벤은 속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작곡가다. 어렸을 때는 참을성도 없고 군인이나 학자처럼 모든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자유로워지기까지 40년이 걸렸다. 베토벤 자체가 모든 연주자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부흐빈더가 생각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솔로몬 커트너(1902~1988), 빌헬름 캠프(1895~1991), 프리드리히 굴다(91)"라고 답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