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때 분양가 10~25% 내고, 잔여지분 20~30년에 나눠 갚아… "그 동안 못 파는데 내집 맞나"
  • ▲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정부와 서울시가 입주시 분양가의 일부만 낸 뒤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소유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기 자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소유관계가 불분명하고 전매가 제한되는 등 단점이 많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 나왔다.

    1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6월11일~7월13일)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서울시가 제시한 공공분양 형태 중 하나로, 분양가의 10~25%만 내고 입주한 뒤 20년이나 30년에 걸쳐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지분 100% 취득 전까지 사업자에게 이자 지불… 10년간 전매 제한

    무주택자들이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 맞춰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정한다. 의무거주 기간은 5년, 전매제한 기간은 10년이다. 주택 처분 시 발생하는 이익은 처분 시점의 지분 비율대로 배분한다.

    다만 잔여 지분은 한 번에 살 수 없고, 매회 10~25% 범위 내에서만 지분 적립이 가능하다. 또 지분을 100% 취득하기 전까지는 사업자에게 잔여지분에 따른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양가 10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20%인 2억원을 내고 입주한 뒤 20년간 지분을 취득하려면 최소 해마다 4000만원씩(이자 제외) 갚아야 자기 소유가 된다는 말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사실상 정부가 내놓은 월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전문가는 "사실상 정부에 이자를 내면서 월세를 살라는 것인데, 우선 어느 동네에 분양받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아무리 금액이 싸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활권을 벗어나면 전혀 의미가 없다"며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경우 30년에 걸쳐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월세 장사…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결국 다주택자가 월세 받는 것을 불로소득이라고 하더니 서울시와 국토부가 앞장서서 월세 장사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이 전문가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출을 쉽게 해주는 것이 무주택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틈새시장으로는 충분한데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분명히 공공주택 공급은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요자들이 좋아할 내용이 없다. 일부 수요자들에게만 호응을 얻을 뿐, 대부분에게는 반응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대표는 통화에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지분을 완전히 취득하기 전까지는 정부와 공유하는 주택"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홍 대표는 "정부와 주택을 공유하는 상태에서는 매매하거나 전세를 놓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주택을 추가로 사면 다주택자가 된다"며 "20년간 팔지도 못한 채 결국 이 집 한 채에 매여 살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동네가 낙후할지 발전할지도 모르고, 자신의 생활권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계속 한 동네에 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한 홍 대표는 "위치가 좋은 데라면 수요가 많겠지만, 과연 그런 곳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 수 없다"고 질타했다. 

    홍 대표는 특히 "공공임대라는데 정부가 월세 장사로 세금을 받겠다는 꼴"이라며 "최저금액을 받고 집 없는 시민들에게 살 곳을 제공한다는 공익이 없다. 진정한 공공주택이라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싸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