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 발전 실현 =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 같은 말"통일연구원 오경섭 연구위원… 개정된 北 노동당 규약, 섣부른 해석 경계
  • ▲ 북한은 지난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은 지난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내용을 두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등이 “북한이 대남 적화야욕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이에 통일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이 무장봉기나 무력통일이 아닌 ‘선거혁명’을 통한 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노동당 규약 개정, 대남 통일전술 삭제 아니라 풀어서 설명한 것”

    통일연구원의 오경섭 연구위원은 지난 9일 내놓은 ‘개정 조선노동당 규약의 핵심 쟁점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남조선 혁명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은 노동당 규약의 당면목적 조항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대신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으로 고쳤다”면서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는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통일도,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는 주장은 성급하다”고 경고한 오 연구위원은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말은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을 풀어 쓴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 연구위원은 ‘사회의 자주적 발전’이란 한국을 미제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민족해방혁명을, ‘민주주의적인 발전’은 한국에서 인민민주주의 혁명(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개정 노동당 규약의 서문에는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하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국에서 민족해방혁명(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뜻을 명시했다”고 오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한국서 민중봉기나 무력혁명 어려워져 ‘선거혁명’으로 적화 시도할 것”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이유로 “사회의 민주주의적 발전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 혁명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한 집권도 포함된다”며 “(북한은) 합법적인 정치를 활용하는 ‘선거혁명’까지 포함하는 식으로 남조선혁명론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한국에서는 여야 정권교체가 반복돼 이뤄지면서 무장봉기를 추구하는 급진적 사회주의 세력과 학생운동이 크게 약화했다. 반면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을 계기로 급진적 사회주의 세력의 제도권 정치 참여가 가능해 지면서 ’혁명’의 새로운 토대가 생겼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설명이었다. 

    오 연구위원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13석을 확보한 사실에 주목했다. 통진당의 국회 진출은 비슷한 성격의 정당이 선거를 통해 집권하거나 연립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라는 지적이다.

    “향후 북한은 한국의 합법적 정치공간을 이용해 합법적인 정당 창당과 선거전술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 오 연구위원은 “그러나 통진당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친북정당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노동당 제1비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위상 달라져

    한편 오 연구위원은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노동당 제1비서’ 신설을 두고, 직위가 아니라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만약 김여정이 노동당 제1비서에 임명된다면, 이는 김정은 후계구도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조직담당비서 조용원이 임명된다면, 이는 김정은의 과중한 업무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업무를 위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