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록시클로로퀸, 코로나에 거의 확실히 효과 있다”… 파우치 소장 이메일 두고 美사회 논쟁
  • ▲ 백악관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 나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악관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 나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주 '워싱턴포스트(WP)'와 '버즈피드'가 공개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AD) 소장의 이메일 가운데 그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해 코로나 치료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파우치 소장, 이메일서 코로나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효과 인정”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말라리아 예방약이다. 나온 지 80년도 더 된 약으로, 이제는 아동이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을 정도로 안전해졌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월 이 약을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WP가 지난 6월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 가운데는 당시 그가 프레드 업튼 하원의원(공화·미시간)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효와 관련해 주고받은 내용도 있었다. 

    업튼 의원은 지난해 4월10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느냐”고 파우치 소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파우치 소장은 답장에서 “거의 확실히 그렇다(almost certainly yes)”고 답한 뒤 “하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당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를 치료한다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코로나 치료제로 적극 추천한 때였다”고 설명했다. 

    업튼 의원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 당시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비주류 언론 “파우치가 거짓말”… 주류 언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내용 외면

    '더게이트웨이펀딧(TGP)' '뉴스리치' '헤드라인USA' 등 비주류 언론은 이 같은 메일 내용이 알려지자 “파우치 소장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겨 수많은 미국인을 죽게 했다”며 그를 맹비난했다.

    '더게이트웨이펀딧'은 파우치 박사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사용하는 것을 막아 수십만 명의 무고한 미국인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뉴스리치'는 “파우치 박사는 15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때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없앤다’며 사용을 권장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를 두고는 왜 태도가 180도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우치 소장은 SARS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 당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권장했다.

    비주류 언론들의 보도 이후 SNS에서 파우치 소장을 향한 비난여론이 조성되자 몇몇 주류 언론은 “이메일은 파우치 소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안 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USA투데이'는 “파우치의 이메일은 그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 거짓말했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기사를 ‘팩트체크’로 내보냈고, 비영리기구인 ‘팩트체커’는 “SNS 등에 도는 파우치 박사의 이메일 관련 내용, 특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관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 ▲ 말라리아 예방·치료제로 80년 이상 쓰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말라리아 예방·치료제로 80년 이상 쓰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악관에서 벌어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를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지역 보건기관들의 권고에서 나왔다. 이후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3월 하순부터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를 막을 게임체인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파우치 소장이 즉각 나서서 “그런 주장을 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박을 줬다.

    이후 트럼프 측근과 파우치 소장 간 대립이 격해졌다. 지난해 4월5일 백악관 회의가 정점이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 코로나대책회의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담당 국장과 파우치 소장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설전은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해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한 국장은 실제 상황과 실험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나바로 국장이 나서서 서류 한 뭉텅이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해외 연구사례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더라”며 “이게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파우치 소장이 나서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바로 국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책상에 올려놓은 서류더미를 가리키며 “저게 과학적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중국발 여행객 입국금지가 효과가 없다고 말했던 사람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 말에 파우치 소장은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설전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재하면서 멈췄지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대상으로 한 파우치 소장의 부정적 의견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미국부터 한국까지…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둘러싼 의견

    국내 보도를 찾아보면, 의학전문지를 제외하고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향한 부정적 보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두고 찬반이 갈렸다고 한다. '시크릿코리아'를 운영하는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해 4월 기사에서 카론 위쳇 미시간주 하원의원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나를 살렸다. 약을 먹은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등 증세가 호전됐다. 내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주장에는 동의한다”고 위쳇 의원은 밝혔다. 위쳇 의원은 코로나에 감염돼 사경을 헤매다 완치됐다고 안씨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 목숨을 살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쳇 의원은 "그렇다. 그가 나를 살린 데 감사를 표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계 영화배우 대니얼 김 또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스로마이신 처방을 받고 완치됐다며 의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지난해 3월22일 올렸다.

    국내에서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4월22일 삼성서울병원-부산대 병원 감염내과 공동연구팀(백경란·이선희·손현진)은 부산의 한 장기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84명과 간병인 21명을 대상으로 예방 차원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대상 환자 가운데 47.7%는 치매를 앓았고, 모두 1개 이상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연구팀은 2월26일부터 하루 1회 400mg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14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임상 참가자 전원이 음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당시 이 시험 결과는 ‘국제화학요법학회지’에 게재됐다. 하지만 이후 미국 CDC와 FDA 등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세계보건기구(WHO)까지 가세하면서 국내에서도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이를 처방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