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중앙지검장에 박범계 후배 이정수김학의 사건 수원지검에도 '친정부'… 한동훈 조남관은 수사권 없이 좌천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최근 법무부에서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서 "정권 수사를 못하도록 막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정부를 수사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 인사들을 좌천시키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정부 수사를 막아온 '방탄검사단'을 승진·영전시켰다는 이유에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법무부가 밝힌 대검 검사급 검사 41명을 대상으로 한 신규보임 및 전보 인사는 오는 11일 적용된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 6명, 검사장급 10명을 신규보임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오는 11일부터 적용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사상 최초의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인사를 앞두고 이 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인 만큼 승진시키더라도 수사권이 없는 법무연수원으로 이동시켜 검찰 내의 반발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서울고검은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권(부천·김포 포함)·경기 북부·강원도를 관할한다. 국가 행정소송의 수행 및 지휘감독 등의 업무 주로 담당하며, 90여 명의 검사가 소속돼 있다. 사무국 하나에 총무과·사건과로만 구성된 다른 고검과 다르게 규모가 상당한 편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인사를 두고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 지검장의 승진으로 빈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이 국장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핵심참모 출신으로, 박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장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하게 됐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관할하는 수원고검·지검장도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임명됐다. 먼저 수원고검장으로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동기 중에서는 가장 먼저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 ▲ 한동훈 검사장. ⓒ정상윤 기자
    ▲ 한동훈 검사장. ⓒ정상윤 기자
    김학의 사건 담당하는 수원지검에도 '친정권 검사' 임명

    수원지검 검사장에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자리한다. 신 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다. 신 부장검사는 채널A 사건 오보 피의자로, 당시 윤 전 총장 측이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피신청을 했다.

    반면 정부에 조금이라도 반기를 들었거나 '윤석열사단'으로 불렸던 검사들은 승진에서 배제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인 한동훈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하면서 네 번째 좌천됐다. 지난해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검사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이어 같은 해 6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뒤 약 4개월 뒤인 지난해 10월엔 법무연수원 충청북도 진천본원으로 다시 한 번 좌천됐다. 이번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한 것도 사실상 좌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네 번째 좌천… 조남관도 수사권 없는 법무연수원장 임명

    추 전 장관에게 윤 전 총장 직무정지 취소를 요청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수사권이 없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다. 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반대했던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이 같은 인사이동을 두고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동훈 검사장은 네 번째 좌천됐고, 추미애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차장검사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며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정부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만 생각한 것이 이번 인사 발표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정말 노골적인 인사로 검찰이 정권 수사를 못하게 막았다"며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굉장한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려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대검찰청 게시판에도 이번 검찰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한 게시자는 '법치고 정의고 나발이고 앞으로 권력에 충성하면 되는구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한다"며 "기소돼도 승진하는데 업무상 약간의 실수로 징계받은 직원들 전부 소송해라. 세상이 코미디"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