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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칼럼] 쿼드(QUAD)와 대통령 방미에 관한 냉정한 인식

"미국을 北 동맹인 중국과 동등하게 간주"…이게 文정부 외교 근본적 문제"한미정상회담, 문 대통령 성격상 구체적인 내용 타결 가능성 매우 낮아"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칼럼니스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1-05-19 10:07 | 수정 2021-05-19 10:07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권창회 기자

지난 2014년 6월 당시 스캐피로티(Curtis M. Scaparrotti)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 국방부에 사드(THAAD) 포대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사드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그것이 워낙 탁월한 무기라서 중국이 미국으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부속된 레이더는 중국의 모든 군사활동을 탐지할 수 있고, 따라서 이것을 배치하면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어느 저명한 소설가는 이러한 주제로 책까지 발간했다. 이러한 억측으로 인해 한국은 수년 동안 사드배치 반대로 몸살을 알았고, 지금도 일부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난 바에 의하면 사드는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도 없고, 레이더의 사거리도 600~1000km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2012년 야당과 일부 국민들의 치열한 반대로 인해 체결 하루 전에 취소되기도 했고, 2016년 가까스로 체결했다가 2019년에는 이것을 파기한다면서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도 유사한 사례이다. '지소미아'라는 영어 약어로 통용됨에 따라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못했고, 따라서 다양한 루머가 확산되도록 만들었다. 그것을 체결하면 한국의 군사기밀이 일본에게 송두리째 넘어가고 한국의 주권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는다는 루머가 난무했고, 야당에서는 '을사늑약' 체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비밀을 교환할 경우 서로가 관리를 잘 하자는 국가 간의 일상적인 약속문서로, 주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안이다. 지소미아 체결 후 5년이 지났지만 우리 군사기밀이 일본으로 일방적으로 넘어간 사례가 없고, 지금은 그다지 활용되고 있지도 않다.

한국에서는 미국 등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어떤 무기나 용어가 도입되면 정확하지 않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그것이 제대로 규명되기 이전에 일반 국민들에게 확산되어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어 약어'로 전달되면 용어만 듣고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어서 더욱 극심한 과장이 발생하곤 했다. 앞에서 언급한 사드와 지소미아가 그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 집단지성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하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쿼드에 대한 혼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쿼드(QUAD)'도 사드나 지소미아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4'라는 숫자를 나타내는 그리스어지만, 일반인들이 정확하게 알기 어렵고, 한국말로 '4개국 안보대화'인데, 식자들일수록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 '쿼드'라는 유식한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용어만으로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우파는 한국이 쿼드에 가입해야 한국의 안보가 보장되는 것처럼 말하고, 좌파에서는 그렇게 하면 중국이 한국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걱정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하여 쿼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고, 이번 방미를 통해 그 문제를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쿼드의 정식명칭은 "4각(脚)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SD)이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4'를 나타내는 용어로 판단해볼 때 이미 구성국들이 정해졌고, 한국이 추가로 참가할 공간은 없다. 기존 회원국들이 '5각 안보회의' 즉 또는 '펜타(PENTA)'로 바꾸면서까지 한국을 참가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냉정하게 볼 때 이들 4개국에 비견할 정도로 한국의 국력이 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쿼드 플러스'라면서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의 실무자들이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을 협의한 적이 있지만, 아직 '쿼드 플러스'로의 확대도 결정된 것이 아니고, 그렇게 결정된다고 해도 한국은 여전히 쿼드의 정식 회원국은 아닐 것이며, 한국 이외에도 동남아의 다수 국가들이 함께 초청받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주창한 부분이 크고, 따라서 일본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 쿼드의 시작은 2004년 12월 인도양에서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이의 구조 노력을 조정하기 위한 핵심그룹(Tsunami Core Group)으로서, 당시에 위 4개국이 그 그룹을 형성해 협조한 데서 기원한다. 특히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 자체를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주창했다. 그는 2007년 인도를 방문했을 때 "두 대양의 융화(Confluence of the Two Seas)"라는 제목으로 연설했고, 2013 미국을 방문해서도 유사한 내용을 강조했다. 그 결과 2017년 1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것을 수용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정책으로 격상됐다. 이와 같은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이 악화된 한일관계 하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시키고자 해도 일본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쿼드보다는 한미동맹 충실 필요

한국의 경우 쿼드에 참가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토의하고자 했다면 이 개념이 논의되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태도를 가져야하는데,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랬다고 해도 '펜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 '쿼드'로 명칭이 정해진 상태에서 '펜타'로 바꾸어 한국을 참가시킬 가능성은 작다. 실무협의에 참가하는 것은 옵저버 정도에 제한될 수밖 없다.

일부에서는 쿼드 참여가 한국 안보전략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만 하면 한국은 쿼드에 참가하지 않아도 참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한데, 현 정부는 국민감정을 핑계로 일본과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훼손한 점이 없지 않다. 뒤늦게 1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나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의지를 피력하기는 했지만, 실천에 이른 것은 거의 없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면 한국은 쿼드에 참가하지 않아도 크게 잘못될 것은 없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펜타'로 변경되거나 '4개국'이라는 용어를 없애면서 한국도 당당한 구성원으로 참가하는 기회가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은 중국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쿼드에 관하여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고, 참가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이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개발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동맹국이다. 또한 중국에게 한국은 중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경쟁하고 사사건건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안보적으로 협력할 수 없는 관계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중국은 6.25전쟁처럼 북한편을 들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동맹조약을 통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미국과 이러한 중국을 동등한 비중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 외교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중국과 일본 간의 무역이 여전히 활발하듯이 한국이 한미동맹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무역이 크게 손상받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한국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니 중국이 만만하여 다양한 압박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북핵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는 한 미국이나 일본이 주도하는 어떤 회의체에서도 제대로 대접받기는 어렵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북핵인데, 한국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어찌 환영하겠는가? 지난 3월 12일에 화상이지만 처음으로 열린 쿼드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도 쿼드 국가들은 북한이 유엔결의안에 부합되도록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쿼드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핵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한국이 그에 대하여 논의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하겠는가?

이 기회를 통해 한국의 학자와 지식인들이 더욱 정확한 내용으로 새로운 개념들을 국민들에게 소개해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생업에 바쁜 일반 국민들이 용어나 간단한 설명을 듣고도 그 핵심내용을 쉽게 파악해 정확한 여론을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사명이이야말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지식인들의 사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드, 지소미나, 쿼드 등에 관하여 발생한 혼란의 상당한 부분은 지식인들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방미에 대한 냉정한 인식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분명한 의제가 공개되지도 않았듯이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는 1월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차 방문하는 성격이지 어떤 현안을 타결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의 성격 상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타결지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미국의 경우에도 현 정부의 성격은 물론이고 1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미동맹에 관한 구속적인 합의를 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외교부에서도 현안을 협의하는 문제보다는 중국, 한국 국민들에게 잘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공동성명 문귀를 다듬는데 더욱 정성을 쏟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미국에게 별로 잘 하지 않는 것을 정상회담에서의 몇 마디 말로 덮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고, 국제정치를 너무나 가볍게 보는 태도라고 할 것이다. 평소에 공부하지 않다가 벼락치기로 시험공부에서 무엇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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