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 먼저" "전당대회가 먼저" 입장 조금씩 달라… 합당 시기 놓고도 의견 분분
  •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국민의당과 합당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4·7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압승을 거둔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통합의 첫발을 떼지 못한 것과 관련, 중진의원들이 나서서 일치된 의견으로 합당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다만 선(先) 전당대회 후(後) 합당 등 일정과 관련해서는 각자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부 의원은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중진들이 2선으로 물러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진석 "국민의당과 합당, 전망 밝다는 보고 받아"

    5선이자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중진의원연석회의 후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는 매우 순항 중이다. 전망이 매우 밝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중진의원들도 만장일치로 통합이 순리이고, 그것이 당원 뜻에 부응하는 태도라고 했다. 굉장히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우리는 이제 단일대오의 단단한 진지를 구축해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최근 '자강 먼저, 통합 먼저' 논란이 있는데, 통합이 곧 자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진지한 자세로 통합 논의에 임해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홍문표 의원도 "(국민의당과) 통합선언부터 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와 우리 당 대표가 만나 실무진 협의 기간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렇게 느슨하게 해서는 대통합의 역사를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다만 "우리 당은 어느 한쪽으로 바람이 불면 흔들리게 돼 있다"며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강 시스템을 먼저 마련한 후 반문(反文)세력을 규합해 하나로 나서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선출을 우선으로 국민의힘 스스로 결속력을 다지고 내년 대선에 맞춰 국민의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경태 "전당대회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조경태 의원도 "당원들이 '우리는 언제 전당대회 하느냐'고 묻는다.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미적거리면 국민 시선에서 자중지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선 전당대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대부분 당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자신의 임기 동안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정권교체를 달성하기 위한 합당에는 찬성하나, 선 합당 시 국민의당과 '지도부 쪼개기'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통합 시기를 놓고 잇속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당권주자 중진들, 당에 도움 되는지 돌아봐야"

    이런 상황에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서병수 의원은 다른 중진들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조경태·김기현·조경태·홍문표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주장으로, 새로운 인물이 당을 이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과거 방식대로 과거 사람들이 나서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국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한 서 의원은 "내가 나서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될지, 젊은 사람들이 등장해 새로운 정치세대를 구축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스스로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난 후 새롭게 선출되는 지도부가 야권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국민의당과 합당은 임기 1~2개월 남은 현 지도부가 아닌, 원내대표선거를 앞당기는 등 차기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합당을 전제하는 방법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과 선 합당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당이 자체적으로 어떻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당력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빠른 합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