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백신 구매비 총 3조8067억… 백신 단가 최고가로 계산해도 총 2조8130억원AZ 1회분 3~5달러, 화이자 19~20달러… 文정부, 1회분 평균 22.5달러 지급한 셈웃돈도 문제지만… 의료계 "다른 나라 집단면역 때 우리는 마스크 쓰고 다녀야"
  • ▲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앙예방접종센터 약사가 화이자 백신이 담긴 박스를 냉동고에 옮기고 있다. ⓒ뉴데일리 DB
    ▲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앙예방접종센터 약사가 화이자 백신이 담긴 박스를 냉동고에 옮기고 있다. ⓒ뉴데일리 DB
    문재인정부가 백신 구입을 위해 약 1조원의 웃돈을 얹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문재인정부가 늑장을 부린 탓에 헛돈을 쓴 셈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웃돈까지 주고 산 백신조차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의료계를 비롯해 외신들조차 우리 정부가 백신 도입을 서두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한국경제가 한동안 ‘코로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26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7900만 명분(1만5200도즈) 백신 구매비로 총 3조806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1도즈(회)당 2만5044원(22.5달러, 부가세 포함)에 백신을 구매한 셈이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백신 가격은 아스트라제네카 1도즈 3~5달러, 얀센 10달러, 노바백스 16달러, 화이자 19~20달러, 모더나 15~25달러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1도즈에 10.55달러다. 우리는 1도즈에 평균 22.5달러에 구입했으니, 평균적으로 가장 비싼 모더나 수준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정부 백신 구매에 3조8067억원… 계산해 보니 1조원 웃돈 준 듯

    정부가 지금까지 구매계약한 7900만 명분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2000만 회분) △얀센 600만 명분(600만 회분) △노바백스 2000만 명분(4000만 회분) △화이자 1300만 명분(2600만 회분) △모더나 2000만 명분(4000만 회분) △코백스 퍼실리티 1000만 명분(2000만 회분) 등으로 구성된다.

    본지는 2월 평균 달러 환율인 1112.22원(우리은행 고시)을 기준으로 백신별 예상 구매비용을 계산했다. 단가가 고정된 코백스 퍼실리티는 회당 10.55달러로, 얀센은 10달러, 노바백스는 16달러로 계산했고, 단가가 유동적인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는 각각 알려진 최고단가인 회당 5달러, 20달러, 25달러로 계산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2346억7842만원(10.55달러×2000만 회)을 내야 한다. 얀센에는 667억3320만원(10달러×600만 회), 노바백스엔 7118억2080만원(16달러×4000만 회), 아스트라제네카 1112억2200만원(5달러×2000만 회), 화이자 5763억5440만원(20달러×2600만 회), 모더나 1조1122억2000만원(25달러×4000만 회)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총 금액은 2조8130억2882만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들 백신을 구매하는 데 총 3조8067억원 예산을 썼다. 9936억7118만원, 즉 1조원가량을 더 주고 백신 구매계약을 한 것이다.
  • ▲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관계자들이 화이자 백신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관계자들이 화이자 백신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이와 관련, 정부는 "비밀 유지가 계약의 조건"이라며 백신 가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했다. 

    지난 10일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기자단 설명회에서 "3조8000억원에는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됐고, 환율을 고려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환율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와 백신 가격 단순비교는 어렵다"고 전제한 양 반장은 "기본적으로 비밀 유지 조항 등에 의해 계약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비밀 유지 조항으로 계약 공개 불가… 최선 다했다"

    양 반장은 또 "우리나라는 확진자 발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비교적 개발 성공이 확실한 백신을 구매해 위험 회피전략을 추진했다"며 "백신 가격에 대해서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웃돈까지 주고 산 백신이 제때 공급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확정한 백신 물량은 889만5000명 분(아스트라제네카 428만7000명 분, 화이자 350만 명분, 코백스 110만8000만 명분)에 그졌다. 총 계약 7900만 명분의 90%에 달하는 나머지 7000만 명분은 도입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비싼 가격에 백신을 구입하고도 도입이 늦어질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학과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정부가 일찌감치 선구매에 나섰더라면 좀 더 싼 가격에, 이른 시기에 백신을 들여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가격을 문제 삼기에는 늦었지만, 문제는 백신이 제때 들어올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의료계 "웃돈 주고 산 백신, 도입 늦어져… 코로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김 교수는 "결국 다른 나라들이 면역 형성으로 마스크를 벗고 다닐 때도 우리나라는 마스크를 쓴 채 코로나와 전쟁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온 국민이 코로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학과 교수는 "백신 가격은 당연히 구매 시기와 협상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백신 도입과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나 방역당국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제조사와 계약서에는 도입 시기가 분명히 적혀 있을 것"이라며 "공급사가 당초 계약상 날짜를 어기면 가격을 인하하든지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권리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장 역시 "정부가 백신 제조사와 접촉을 늦게 하다 보니 가격 협상을 벌일 여지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현재 백신 관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백신 가격, 도입 시기 등 계약 내용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임상강의실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접종을 위해 백신 전용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 뉴데일리 DB
    ▲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임상강의실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접종을 위해 백신 전용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 뉴데일리 DB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가 백신 관련 정보를 숨기면서 국민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정부가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접종을 천천히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호영 "백신 접종 늦추는 이유, 빨리 하면 물량 바닥날까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최근 들어 하루 접종인원이 2만 명 이하로, 우리 접종능력의 2~3%밖에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접종하면 백신이 떨어져 4월7일 선거 때까지 공백기간이 남아서 국민들에게 안 보여주기 위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천천히 하고 있는 상황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2차 접종을 끝낸 사람이 전체 인구의 45%가 넘고 다음달이면 75% 이상이 백신을 접종해서 집단면역을 기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 안에 1억 명에게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에 도달해가고 있다"고 소개한 주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1차 접종률은 인구 대비 1%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비판에 "우선 1차 접종 대상자 가운데 전체 신청자 93%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고, 2차 접종자까지 나오기 시작하는 상태"라며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질병청은 25일 "위탁의료기관 계약 체결 의사를 밝힌 기관이 1월 말 기준으로 1만6000개소"라며 "단계적으로 기관을 늘려 나가면 1일 최대 접종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