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기지에 사드 정식 배치하려면 '환경영향평가' 절차 반드시 거쳐야원래는 45~60일 '소규모 환경평가' 추진… 文 출범 후 '일반 환경평가'로 바뀌어일반 환경평가 10~15개월 걸려… 국방부, 올해도 환경부에 협의 요청 안 해
  • ▲ 부러진 사드미사일 조형물이 지난 2017년 6월22일 오후 사드포대 기지가 위치한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전시 돼 있다.ⓒ정상윤 기자
    ▲ 부러진 사드미사일 조형물이 지난 2017년 6월22일 오후 사드포대 기지가 위치한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전시 돼 있다.ⓒ정상윤 기자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경북 성주 주한미군기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30일 나왔다.

    북한이 소형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무력을 강화하는 사이에 문재인정부는 지난 4년간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자진 무장해제'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文, 사드 정식 배치 문제 4년간 뭉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재까지 환경부 측에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에도 "국방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어떤 협의요청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1년 동안 국방부가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절차를 미뤄온 셈이다.

    현재 성주기지에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 48발 이상)가 배치됐지만, 이는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 상태다. 이에 따라 성주기지의 열악한 생활여건 개선은 물론 현재 미군이 요구하는 사드 추가 배치 및 성능 개량도 지연되고 있다.

    사드 기지 문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임기 내내 '안보 강화'와 '한미동맹 결속'의 발목을 잡아온 쟁점이기도 하다.

    당초 국방부는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2월부터 추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듬해인 2017년 6월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청와대가 한 달 만인 같은 해 7월 '소규모' 환경평가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공식 결정한 것이다.

    文 임기 만료까지 사드 정식 배치 사실상 불가능

    환경영향평가가 '소규모'에서 '일반'으로 변경되면 평가기간이 45~60일에서 10~15개월로 늘어난다. '소규모'는 협의 절차 없이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에 제출하고, 최대 2개월 내에 검토 과정을 마치게 된다. 

    반면, '일반'의 경우 '평가항목'부터 '협의회' 구성까지 복잡한 협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협의회는 기관장·지역주민대표·시민단체·민간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해야 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평가협의회 심의→ 평가 초안 작성 및 협의→ 주민 등 의견수렴→ 평가서 본안 작성 및 협의 등 총 4단계의 협의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평균 소요기간이 10~15개월이다. 이후 환경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면 대통령이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즉, 사드 기지가 정당성을 갖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식 배치가 필수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환경부에 1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아예 협의요청조차 하지 않고 4년 동안 뭉갠 것이다.

    이에 따라 약 13개월 남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완료 시점(2022년 5월9일)까지 사드 정식 배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26일 복수의 외교·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18일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장관은 서욱 국방부장관과 회담에서 열악한 기지 환경을 지적하며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미동맹에 근본적 의심을 제기하는 취지의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국정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25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비행장)와 관련해 "군사이론적으로 소형 핵무기가 개발돼 있으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북한의 시험발사 미사일에 전술핵무기 탑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드 성능 개량 긴요한데 기존 기지 배치조차 지연"

    이에 지성호 의원은 "북핵 고도화에 따른 최선의 대응책으로 사드 기지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기지의 배치조차 지연되는 참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말로만 한미동맹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야 굳건한 동맹관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