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박지원, 이재오와 '李·朴 사면' 논의→ 文에 건의→ '임기 말' 文 수용"(사면 확정됐으니) 가족에 얘기해도 좋다" 이재오에 전달한 뒤… 文이 뒤집어'사면 카드'에 지지층 여론 악화하자 철회… 국민의힘 "왜 뒤집었는지 밝혀야"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정원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시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정원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하고 '가족에게 이야기해도 좋다'는 말까지 전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에 밀려 이를 뒤집었다"는 주장이 복수의 정치권 고위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측에 한 구두약속을 어긴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여부와 시기 등을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조율한 뒤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수용했지만 올 초 이 전 대표의 사면 카드 제시 후 문빠(문 대통령 극성 지지층) 등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이 거세자  '없던 일'로 하고 접었다는 것이다. 

    '사면론'을 처음 주장한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이재오 고문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최근 "이낙연 전 대표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뒤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낙연·박지원 측에서 이재오 고문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족에게 얘기해도 좋다'고 말했었다"고 밝힌 이 고위관계자는 "그 정도로 사면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가족에게 말해도 좋다'는 말은) 불가능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시기적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의 '3·1절 특사'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박지원·이재오 세 사람의 사면 관련 '물 밑 접촉'은 지난해 말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여권의 '메신저'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 전 총리는 대권 도전을 앞두고 '중도층 흡수'를 목표로 사면 카드를 꺼낸 것이었는데, 극성 지지층의 눈치만 살피다 이를 접은 것"이라며 "결국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다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고 '국민통합'도 물 건너갔다"고 평가했다.

    이 고문은 통화에서 "지나간 일"이라면서도 사전조율이 있었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구체적 과정'을 묻는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에둘렀다. 이 전 대표와 박 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 "8·15 특사가 마지막 기회"

    이 같은 소식에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탈정치'와 '통합' 이미지 구축에 애썼다"면서 "시기적으로 볼 때 문재인정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경환 전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을 특별사면할 수 있는 때는 사실상 오는 8·15 광복절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사면도 가능하지만, 대선이 내년 3월 초에 실시되기 때문에 이 경우 '대선용'이라는 비판과 오해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은 "이번 일로 문 대통령은 또 '양치기 소년'이 됐다"면서 "결국 진영논리에 빠진 청와대 참모들과 여권 주류인사들이 '사면이 정치적으로 여권에 도움이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문 대통령의 사면 결단을 막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은 진영을 초월해 임기 초반 80%의 지지율을 보내며 국민을 통합해 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내팽개쳤다. '편 가르기' 전문가들로 가득한 자신의 주변부터 정리해야 '레임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는 사면 결정을 뒤집은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이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제기한 직후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라 불렀던 일도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그런 사면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적절한 때가 오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