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53년간 독재했던 군부, 제재 받으면 중국 편에 설 것”미얀마 최고사령관, 쿠데타 보름 전 왕이 中외교부장 만나
  • ▲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얀마 쿠데타 규탄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얀마 쿠데타 규탄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미얀마에서 발생한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원조 중단 및 관련자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쿠데타 세력을 강하게 제재할 경우 미얀마가 독재체제로 돌아가면서 친중국가가 될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미국 “미얀마 원조 재검토, 쿠데타 세력 제재 검토”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얀마에서 발생한 사태는 쿠데타에 해당한다”며 “미국 법에 따라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쿠데타 주도 세력 상당수가 로힝야족(미얀마 국경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 박해와 관련이 있고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면서 “미안마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해도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얀마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쿠데타 세력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총선에서 유권자를 대상으로 사기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쿠데타 주도세력은 물론 그들과 연계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쿠데타 이끈 최고사령관 “불가피 했다”지만…보름 전 왕이 만나

    미얀마 쿠데타 세력은 이를 반박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3일 군사정부 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군의 거듭된 부정선거 조사요청을 묵살했다”며 “이 길(쿠데타)은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어 “새 총선으로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우리가 국가를 움직여 나가야 한다”며 “비상사태 기간(1년) 동안 선거와 우한코로나 대응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을 쿠데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보름 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사실을 지적하며 중국 배후설을 주장한다.

    <중앙일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월 12일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중국과 미얀마의 경제회랑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는 중국 <신화통신> 보도가 있었다고 3일 전했다.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중국과 미얀마 국경인 이리와디 강 유역과 산악 지역에 도로 등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돼 기쁘다”며 “경제회랑 건설의 가속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우한코로나 백신 지원 등에 감사드린다”며 “홍콩과 대만, 신장 위구르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왕이 부장과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만나 쿠데타에 대해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 “바이든, 미얀마로 외교정책 딜레마에 처해”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11월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독재국가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 공약을 내놨는데 미얀마 쿠데타로 이것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쿠데타를 이유로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강력히 제재하면 이들이 예전처럼 독재를 실시함과 동시에 친중국가가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CNN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행동할 것인지 또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군부 지도자들과 계속 소통할지 선택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미얀마가 친중으로 돌아서지 않게 하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도록 돕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며 “미얀마 쿠데타는 바이든 정부에게는 큰 외교적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군부가 독재 통치를 했다. 사회주의 군부는 중국·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2015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오바마 정부는 군부 독재가 끝났음을 확인한 뒤 2016년 중순까지 기존의 제재를 모두 해제했다. 이후 미얀마에서는 사회주의 군부의 기득권이 빠르게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