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 인정은 노동신문 한 단락, 나머지는 자화자찬…“실패에서 배우자” 내부 결속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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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난 5년 동안 자신이 추진한 경제발전계획이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우리 모두의 실패"라며 "실패에서도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평양에서 당원 5000명과 방청객 2000명 등 7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노동당대회를 진행 중이다.
- ▲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회사를 읽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엄청나게 미달”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제8차 노동당대회 소식과 김정은의 개회사 내용을 전했다.김정은은 개회사에서 먼저 “지난 5년 동안의 투쟁 여정에서 노동당이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에서 거둔 성과가 적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기간이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밝혔다.
“2016년 7월에 연 제7차 노동당대회 이후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오랫동안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으며, 동시에 경제건설을 촉진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련의 의미 있고 소중한 성과와 토대를 마련했다”고 소개한 김정은은 그러나 경제개발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고 자인(自認)했다.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신형 미사일 등의 무력 증강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성장에서는 실패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김정은은 경제개발전략이 실패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렸다.“사회주의 건설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한 김정은은 “현존하는 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방역 또 언급… 개회사 대부분이 자화자찬
개회사 가운데 김정은이 ‘경제개발전략목표 미달’을 밝힌 것 외에 자신의 통치나 노동당에 문제가 있다고 시인한 대목은 없었다. 대부분 자화자찬이었다.우한코로나 방역 문제를 두고도 김정은은 “지난 한 해 전례 없이 장기화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완강히 이겨내면서 방역사업에서 전 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견지하고, 그것을 애국적 의무로 여기며 방역의 안정적 형세를 시종일관 철저히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이룩한 성과도 귀중하지만 축적된 쓰라린 교훈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 김정은은 “이 모든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며, 앞으로의 새로운 승리를 위한 귀중한 밑천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김정은은 이어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경제발전전략의)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부터 우리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과학적인 투쟁 목표와 과업을 확정하겠다”고 다짐했다.경제정책 실패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돌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한편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제8차 노동당대회에는 7000명이 참가했다. 제7기 노동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각급 조직 대표자 4750명 등 대표자 5000명 가운데 여성은 501명이었다.각급 조직 대표자는 당·정치일꾼 대표 1959명, 국가행정·경제일꾼 대표 801명, 인민군 대표 408명, 근로단체 대표 44명, 과학·교육·보건·문화예술·출판보도부문 대표 333명, 핵심당원 대표 1455명으로 구성됐다. 방청객 2000명도 대회장에 모였다.
대회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추정되는 김재룡 전 내각 총리가 사회를 맡았다.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박봉주, 리일환 등 노동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들과 김여정 등이 대회 집행부를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