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감염률 높고 전파력 1.7배 강한 변이 바이러스… 전문가 "우선 여러 나라 입국제한"
  • ▲ 지난 20일 영국 런던의 모습.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런던과 켄트 일대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일 영국 런던의 모습.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런던과 켄트 일대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기존의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견되자 정부가 영국에서 오는 모든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25개국에서 발견됐음에도 정부는 영국발 항공기 운항만 중단해 일각에서는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공식적으로는 3건 확인됐고, 1건은 변이된 바이러스인지 확인 중이다. 확인된 3건은 영국에 머물다 지난 22일 입국한 일가족 중에서 나왔다. 4명의 가족 중 미성년자 자녀 2명과 부모 1명에게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3건 확인, 1건 확인 중

    이들은 영국 체류 당시 런던에서 거주했으며 입국 때 받은 진단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후 격리치료 시설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인 1건은 지난 13일 영국에서 귀국한 80대 남성의 사례다. 이 남성은 귀국 직후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 26일 사망했다. 사망 직전 실시한 우한코로나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방역당국이 변이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판별 중이다.

    영국의 보건당국이 변이된 바이러스를 처음 확인한 것은 지난 8일이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변이된 우한코로나 바이러스는 최소 지난 9월20일부터 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변이된 바이러스는 런던과 켄트 일대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지난 11월 중순에는 런던과 영국 남동부지역 확진자의 약 28%가 바이러스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변이된 바이러스는 기존의 우한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치명률이 높지는 않지만, 기본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7배가량 더 높다. 게다가 성인을 중심으로 전파되던 기존 바이러스와 달리 어린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감염된다는 점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유럽 14개국 등 현재까지 25개국 감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유럽 각국은 지난 21일 0시를 기해 영국발 입국제한에 나섰으나, 변이된 바이러스는 이미 유럽 일부 국가를 넘어 아시아·북미지역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은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독일·스위스·스페인·아이슬란드·아일랜드·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 등 최소 14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나왔다. 

    중동에서는 레바논·요르단·이스라엘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북미지역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홍콩·일본 등에서 확인됐다.

    영국만 입국 막은 우리 정부… 일본과 대비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영국발 항공편의 운항 중단 기한을 애초 오는 31일까지에서 2021년 1월7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다른 20여 국가에서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면서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중대본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국을 통한 유입과 입국자가 공항에서 자가격리 장소까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등 ‘입국 과정에서 전파’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웃나라인 일본이 '자국 방문 이력이 없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금지'라는 조치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지난 28일까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확진된 사람이 14명으로 확인됐다. 이에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28일부터 일본 방문 이력이 없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접 11개국에서 비자를 받은 경우에만 특별히 예외적 입국을 허용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화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입국 제한이나 금지 같은 강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그래야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방역당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동안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판별하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1660건가량 했는데, 12월에는 5개밖에 하지 않았다"며 "이 중 3개가 얼마 전에 변이된 것으로 확인된 일가족 사례"라고 지적했다.

    "12월에 발생한 확진자만 2만 명이 넘는데, 전장유전체 분석을 더 많이 해서 과연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12월 동안 넓게 퍼졌는지, 안 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퍼지지 않았다면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맞고, 이미 퍼질대로 퍼졌다면 입국을 제한하는 의미가 없으니 정부가 입맛에 맞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