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월부터 1인당 최대 300만원, 총 580만 명에 현금 5조원 지급… 자영업자들 '늦장 지원' 불만 폭주
  • ▲ 지난 8일 서울에 위치한 어느 문화체육센터 내부의 헬스장. ⓒ뉴시스
    ▲ 지난 8일 서울에 위치한 어느 문화체육센터 내부의 헬스장. ⓒ뉴시스
    "의료계의 '겨울 대유행' 경고에도 손 놓고 있더니, 이제 와서 지원금을 준다니 기가 막힙니다. 이미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 주변에 수두룩합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실내체육관을 운영하는 A씨(44)는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에 안도는커녕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A씨는 "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에 꼭 맞는 상황"이라며 "방역이랍시고 체육관 문을 닫게 하더니, 이제 와서 지원금을 준다니 기가 막힌다. 내 주변에는 이미 문을 닫은 체육관이 수두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동작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B씨(49·여) 역시 "처음부터 방역을 잘했으면 될 일 아니었나 싶다"며 "나라의 경기 전체가 죽었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1월부터 최대 300만원 현금 지급

    당·정·청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유행으로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버팀목 자금'이라는 취지의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 1월부터 지급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지원금액은 최대 300만원으로, 세부적으로는 △일반업종 100만원 △집합제한업종 200만원 △집합금지업종 300만원 등으로 나뉜다.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침에 따라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된 유흥시설·노래방·실내체육시설(헬스장·격투기체육관) 등은 300만원을 받는다. 집합제한업종에 해당하는 음식점·카페·PC방·미용실·마트·학원·독서실 등은 200만원을 받는다.

    코로나로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은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밖에 최근 일감이 급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고용취약계층에도 '생계안정금'이라는 취지로 50만원 안팎의 현금을 지급한다.

    지원대상은 총 580만 명, 소요예산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1년 예산 3조원 △올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중 이월예산 5000억원 △내년 목적 예비비 9조원 일부 등을 모아 3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예년 같으면 활기 넘쳤을 연말이 올해는 많이 위축되고 가라앉았다"며 "내년 1월부터 집행할 재난피해 지원금에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지원하고자 한다"고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를 밝혔다.

    "300만원은 언 발에 오줌누기"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 탓에 재난지원금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 ▲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사태 이후 영업이 정지된 한 코인노래방. ⓒ뉴데일리 DB
    ▲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사태 이후 영업이 정지된 한 코인노래방. ⓒ뉴데일리 DB
    A씨는 "솔직히 말해서 300만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3개의 체육관을 운영하던 지인은 2개 지점을 폐관하고 나머지 하나로 근근히 버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유행이 길어지면서 거리 두기 단계도 찔끔찔끔 올리니까 사태를 제대로 못 잡은 것 아니냐"며 "정말 끈질기게 버텨서 체육관을 다시 개관해도 회원들이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방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는 B씨는 "노래방은 이태원 클럽 사태 때 n차 감염이 있었다는 이유로 '고위험시설군'으로 분류돼 수 개월 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며 "이미 줄도산한 곳이 수십 곳인데 고작 300만원을 가지고 그 손해를 어떻게 채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B씨는 "선심 쓰듯 지급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발 사태 이후 노래방의 매출은 약 90% 급락했다. 지난 9월 이태원 일대 노래방의 평균매출은 230만원이었다. 이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4월(2792만원)과 비교해 91.8% 떨어진 수치다.

    노래방 매출 90% 급락… 전문가 "재난지원금은 1회성"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6호선 합정·상수역 일대를 아우르는 '홍대 앞' 상권의 노래방 매출도 1710만원에서 277만원으로 83.8% 줄었으며, 종로 '젊음의 거리' 상권 역시 1512만원에서 203만원으로 86.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소모성에 그치는 재난지원금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재난지원금은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재난지원금은 1회성으로 끝나는 소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대로 된 방역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종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성 교수는 "그 이후 노동비용 문제 등을 개선하는 등의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