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무너지자 총력대응 강조… '3단계' 언급 없이 "한국 거시경제 좋은 흐름" 자찬
  •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코로나 상황 때문에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이 더욱 어려워졌다"면서도, 확진자 증가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코로나 확산 저지와 함께 민생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일에도 비상한 책임감을 가지고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기존의 지원대책에 더해 3조원의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이 맞춤형으로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집행계획을 빠르게 마련하고 집행속도도 높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문 대통령은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힘이 되도록 정부가 직접 긴급 일자리 100만 개 이상을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알렸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코로나 확산과 방역 강화로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거시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빠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국경제의 미래에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전날 우한코로나(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00명대로 밝혀지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검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중대본회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단계로 조기에 격상해야 하고, 5인 이상의 모임을 모두 금지하는 '강화된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공개건의했다. 

    이 지사는 또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여의치 않을 경우 경기도만이라도 선제적으로 거리 두기를 강화할 것을 검토 중"이라며 '단독격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3단계 요건 충족한 상태

    실제로 지난달 정부가 밝힌 거리 두기 5단계 개편방안에 따르면 3단계 도입을 위한 핵심지표는 '주간평균 전국 800명에서 10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로, 이미 요건이 충족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높이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하며 유보적 모습을 보였고, 다음날에도 3단계 격상은 결정되지 않았다. 거리 두기 3단계에서는 10인 이상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의료기관 등 필수시설 이외의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는 등 경제적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3단계 격상 여부와 관련 "그 효과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선 지금 시행하고 있는 강화된 방역수칙을 온 국민이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결국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경기도가 독자적 3단계 거리 두기를 검토하던 중에 중앙정부가 언론을 통해 '단독격상은 불가하다. 중앙정부와 협의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아쉽지만 정부 방침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천은미 교수 "3단계 격상과 더불어 신속 검사해야"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3단계 도입을 주저하는 정부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 세계가 전체 봉쇄를 하더라도 확진자 수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퍼져 있기 때문"이라며 "3단계 격상과 더불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검사해서 초기에 확진자를 찾아 격리하는 것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정말 한계점에 이르렀다. 확진자를 수용하는 병상이 부족한 초비상사태에 몰린 것"이라며 "전적으로 문재인정부의 책임이다. 만약을 대비하지 않고 국민이 지켜낸 성과를 K-방역이라 자화자찬하며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