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망' 하면 원전 포기해도 온실가스 급감… 북한 수준으로 경제 주저앉히면 될 것
  • ▲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지난달 7일 국회 정문 앞에서
    ▲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지난달 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졸속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고 적힌 복장을 입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내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흡수량을 같도록 해서 실적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것으로, 유엔(UN)이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제시한 목표이다.

    지금까지 탄소중립 선언에는 유럽연합(EU), 일본(2050년 목표), 중국(2060년 목표) 등 70여 개 국가가 동참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협정 내용이 미국에 불이익을 준다는 이유였다.

    국회 시정연설 후 문 대통령은 11월 11일 ‘2050 저탄소발전전략’에 대한 첫 보고 겸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 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고 강조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탄소제로’ 달성하려면 ‘탈석탄’이 필연적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 방향으로 석탄발전 감소, 수소경제활성화,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온실가스의 80%가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도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이 탄소 배출량 감소의 핵심이자 최우선 과제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에서 석탄발전 비중(41.8%)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두 배나 높은 상태다. 그만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국은 2030년까지 현재의 온실가스 증가 추세에 대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인 약 3억t을 감축하기로 파리 신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바 있다(NDC: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직까지 합의된 건 없지만 2050년에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고 하면 2030년에 현재의 NDC 수준으로는 결코 할 수 없다. 추세를 감안하면 2070년이 돼야 달성된다”며 “여러 곳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수정 변경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기존의 NDC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은 어림없으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탈(脫) 석탄’은 필연이며 그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다. 문 대통령도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탈원전 대신 늘어난 것은 LNG와 석탄발전


    문제는 원자력 발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신재생에너지로도 석탄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탄소중립 선언을 늦춰온 것은 ‘탈원전’ 상태에서 ‘탈석탄’의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석탄화력 등 화석연료 발전의 비중을 대폭적으로 늘여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원전 가동 없이 당장 우리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려면 화석연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정부가 탈원전을 보완하는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을 급격히 늘였지만, 우리나라에서 태양이나 풍력은 자연조건 상 대체에너지로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6억9350만t에서 2018년에는 7억2760만t으로 늘었다. 지난 몇 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탈원전 과정에서 LNG 발전 가동률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LNG는 석탄의 50% 이상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신규 석탄 발전소도 7기나 새로 짓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고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는 명백하게 탈원전 때문에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화력발전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지난 몇 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실상을 분석해보면 원전 발전이 고스란히 LNG와 유연탄이라는 화석연료 발전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세계의 추세는 ‘탈(脫) 원전’에서 ‘친(親) 원전’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0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탈원전 정책을 선포했다. 이후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세계적 추세라며 선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탈원전 노선을 추구했던 많은 나라가 탈원전 계획을 연기하거나 사실상 백지화한 상태다.

    탈원전 국가의 대명사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구축했지만, 실제 이들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전체 수요전력의 10% 안팎이다. 전기료 급등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심지어 부족한 전기를 프랑스의 원전으로부터 빌려 쓰는 상황이다.

    2018년 독일의 ‘에너지전환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해 책으로 펴낸 적 있는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년간의 독일 탈원전 정책은 독일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불능 상태로 몰아넣으며 독일의 국가경쟁력을 고갈시키는 ‘재앙’이나 다름없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 미국, 영국은 일찌감치 친(親) 원전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은 막대한 양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까지 원전을 100기 이상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도 원전 연료인 우라늄 원료 확보를 위해 향후 10년에 걸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도 최대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영국은 탄소중립 계획은 원전 없이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원자력산업협회는 “2050년까지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의 40%를 공급하면 30만개 이상의 일자리와 330억 파운드(약 50조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원전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핵심일 뿐 아니라 수소를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수소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반(反) 원전 활동에 주력했던 환경운동가들도 급격한 온난화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다. ‘탈원전’에서 ‘원전전도사’로 전향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원전’ 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의 초창기 활동가이자 해당 단체 캐나다지부 대표와 국제본부 이사를 지낸 패트릭 무어도 그 중에 한 명이다.

    그는 “환경주의자들이 현실성이 없는 1% 정도의 에너지원 외에는 모든 에너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일 유일한 방법은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잘 조합하여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80년 사용하는 원전을 40년 만에 폐쇄


    미국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96기 가운데 88기가 40년에서 60년으로 수명을 연장했고, 4기는 다시 80년으로 수명을 연장했다. 같은 미국회사가 만든 우리나라 고리1호기 원전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 40년 만에 폐쇄했다. 고리1호기는 미국의 기준에 따라 20년을 추가 사용하기 위해 발전기 등 상당수의 설비를 교체한 상태였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사실상 새 원전으로 보수했으나 수명연장 취소 결정으로 폐쇄 운명을 맞고 있다. 다만 이 원전의 경우 조기폐쇄를 위해 정부가 경제성을 일부러 낮게 평가한 의혹이 있어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필자는 수년 전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KNF) 사장을 인터뷰 한적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 원전의 설계수명에 대해 “미국은 처음부터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을 40년으로 잡았는데, 우리나라가 30년으로 정한 것은 전기료를 조금 더 걷어 당시 빌린 원전건설비용을 빨리 갚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정부가 설계수명이 다된 원전의 운영을 10년 연장한 것은 원래 설계의 발전소 운영기간인 40년을 찾아준 것이고, 여기에 미국처럼 플러스 20년을 더 가동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익환 전 KNF 사장은 “미국은 80년까지 연장한 원전도 바로 폐기하지 않고, 그 이후 다시 100년까지 사용할 수는지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은 80년을 사용 승인한 원전을 우리는 그 절반만 사용하고 폐기처분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기후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하고 있는 것은 화석원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가 현재로서는 원전 외에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과 기후대책은 고집이나 희망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환경에서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같이 줄여서 급증하는 에너지 정책과 기후대책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가지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우리 경제와 삶의 질을 북한 수준으로 주저앉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