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미애 법무부장관. ⓒ뉴데일리DB
    ▲ 추미애 법무부장관. ⓒ뉴데일리DB
    '이솝 우화(寓話)'에 '사자 탈을 쓴 나귀(The ass in the lion's skin)' 얘기가 있다. 사냥꾼이 버린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나귀가 다른 짐승들을 놀라게 하는 재미에 빠져 신나게 웃어댔다. 도망가던 여우가 나귀의 웃음소리를 듣고 다가와 사자 모습을 한 나귀에게 한 마디 했다. "네가 입을 닥쳤다면 나도 놀랐겠지만, 너의 어리석은 웃음소리가 네 정체를 드러냈지!" 이 우화의 교훈은 "바보가 옷과 용모로 남을 속일 수는 있지만 그의 말이 곧 그의 정체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들 병역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온갖 궤변을 서슴지 않는 장관, '검찰개혁'이란 미명으로 월권과 불법을 서슴지 않는 장관, 공인으로서 공식석상에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무례를 서슴지 않는 장관, 그런 경거망동으로 '국민 밉상'으로 부상한 대한민국 법무장관의 모습이 떠오르는 우화이다.

    추 장관은 지난 11월 12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대검찰청의 직무배제 요청을 거부하고, 역으로 기소 주체인 서울고검을 감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휘말린 검사장을 사실상 직무배제하고 감찰에 나서는 등 '검찰개혁'을 내세워 감찰권 행사와 검사의 직무배제 처분을 남발해 왔던 추 장관의 이전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조치이다.

    추 장관이 사실 확인도 안 된 MBC 보도를 근거로 서울고검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니 그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은 옵티머스펀드 사기를 윤석열 총장이 덮었다며 감찰을 지시했고, 윤 총장이 검찰 특활비를 제 주머닛돈처럼 쓴다며 또 감찰 지시를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추 장관은 이어서 윤 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1위로 등극했으니 사퇴하라"고도 했다. 추 장관의 국민을 무시하는 무례와 좌충우돌 망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추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윤석열 검찰총장 내치기 공격들이 계속 기각되고 감찰 지시 근거가 허위로 밝혀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추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월성 1호기 문제는) 명백히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감사원이 문제 삼지 않았던 청와대 비서관까지 겨냥한다"며 검찰의 수사가 "윤 총장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이후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새 설비나 다름없이 보수한 원전이다. 따라서 "안전하지 않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수치까지 조작하며 갑자기 "경제성이 없다"며 폐쇄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가 불법적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여권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의 초법적(超法的) 차원의 '통치 행위'이니 사법심판 대상이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추 장관도 "통치 행위 개념과 유사하다'며 동조했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직후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나라지킴이고교연합)가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며 백은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1월 5일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 수색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 장관은 여기저기서 막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오죽하면 야당 원내대표가 추 장관을 겨냥해 "광인전략(Madman strategy)을 구사하는 게 아닌가"라고 묻겠는가!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서 국회에서 야당측 말을 막고 목청을 높이던 추 장관을 향해 "정도껏 하세요, 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그리고 오죽하면 한 언론인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윤 총장과 관련된 사실은 상세히 거론하는 선택적 기억 증세를 보인다…… 추 장관 광인전략의 끝은 어디일까"라고 한탄했겠는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조차 추 장관의 견강부회(牽强附會) 막말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민변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관련 성명서를 통해 헌법 제12조 제2항의 '자기부죄거부(自己負罪拒否)'의 원칙과 형법 제155조는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헌법적 가치를 천명한 것"임을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 조사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것은 형사법 대원칙인 '자기부죄거부'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시이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지시를 "공권력과 국가 우위의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며 추 장관의 논리라면 본인도 "(아들 미복귀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휴대전화를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막말들은 '법무(法無) 장관', '헌법 위에 추법(秋法)'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안하무인이고 충격적이다. 야권과 법조계는 물론 여권에서조차 추 장관의 막무가내에 속수무책이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암덩어리 추 장관을 방치해 헌법과 법치주의가 죽어간다면 그 모든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림)하는 여우는 호랑이만이 제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송(宋) 나라 시대의 고사(故事)에 '상심병광(喪心病狂)'이란 말이 있다. 상식을 벗어난 행위를 하고도 옳다고 큰 소리 치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야 말로 추 장관의 '상심병광'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