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앞두고 기습 사의 "처신 부적절"… "당청이 윽박지르고 무시했다" 시각도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박성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박성원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자신의 '타이핑 사직서' 제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진심을 담았다"며 "정치쇼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간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두고 현행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홍 부총리는 사직서를 타이핑으로 작성해 인편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면서 홍 부총리는 재신임받았다.

    文 사표 반려에… 홍남기 "인사권자 뜻에 맞추겠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자신의 사의 표명을 두고 "항명인가, 정치쇼인가"를 묻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질의에 "정말 진심을 담아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것을 정치쇼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제가 어제 기재위에서 사의 표명을 한 것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현행(10억원)으로 유지하게 되면서 그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서 누군가 책임 있게 반응해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물러날 뜻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사의 표명 이후) 인사권자의 뜻(재신임)이 발표됐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야 한다"며 "부총리로서의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의 표명 과정'을 묻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국회에 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 소식은 전날 기재위가 시작(오후 2시)된 지 50여 분 만에 쪽지로 전달받았다고 홍 부총리는 전했다.

    "당·청이 홍남기 억눌러… 다른 목소리 내면 윽박지르고 무시"

    이와 관련, 여야 의원들은 홍 부총리가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그간 자신이 추진해온 정책들이 좌절되는 등 당·청의 고압적 태도의 피해자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이유가 '당·청과 이견'이라는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라며 "정권의 아집이 전문가·관료 그룹의 전문성과 소신, 정책을 지배하려 할 때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도입,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추가경정예산 증액 등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를 힘으로 억눌렀다"며 "(당·청이) 전문가와 관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는커녕, 정권이 미리 정해놓은 답에 다른 목소리를 내면 윽박지르고 무시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부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어제 사의 표명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서슬 퍼런 정권 눈치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던 것"이라며 "제2, 제3의 홍 부총리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