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5조, 최대 100조원 법안, 내달 처리… "차라리 중앙은행 없애고 민주당이 발권하라"
  •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주문하면서 당·정이 본격적으로 입법 추진에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팬데믹에 따른 손실 보상 제도화를 위한 입법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우리의 재정여력 범위 내에서 최적의 기준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법을 우선 처리하고, 서울·부산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4월 전에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전날(25일) 방역 관련부처로부터 2021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범위 내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당·정이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를 '패싱'하고 중기부를 관련부처 대표로 지목한 셈이다.

    4월 재·보궐 앞두고… 文, 법안 추진 여당에 힘 싣기

    또한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손실보상법을 놓고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부정적 견해를 내놓으며 갈등 양상을 보이려 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주며 교통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4개월간 100조원이 들어가는 관련 의원입법안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반대의 뜻을 표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기존 매출과 비교해 영업제한으로 감소한 금액을 정부가 50~70% 지원하는 민주당 안의 경우, 월 24조7000억원이 소요되며, 우한코로나 방역기간을 4개월로 따졌을 때 월 24조원씩 계산하면 최대 1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해외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실 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없으며, 필요한 경우 그때마다 패키지 형태로 지원이 이뤄졌다.

    여당이 기재부와 갈등 양상을 보이자 정세균 국무총리도 중재에 나섰다. 정 총리는 26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홍 부총리를 만나 "손실 보상 제도화 방안은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 하에 검토하되, 어려움을 겪는 현장의 의견을 세심히 살펴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재정의 중요성을 감안한 발언이지만, 사실상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여당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 출신 류성걸 "손실보상법은 중앙은행 파괴 행위"

    하지만 야당은 손실보상법이 재정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기재부 2차관 출신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차라리 중앙은행을 없애고 민주당이 발권하라. 여당은 중앙은행 시스템 파괴를 일삼는 행태를 그만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류 의원은 홍 부총리가 손실 보상에 부정적 기색을 내비쳐 정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과 관련해서도 "정 총리에게 묻는다. 이 나라가 청와대 나라인가, 집권여당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의원은 "홍 부총리 말이 백번 옳다. 무작정 재정을 풀 수 없는 노릇"이라며 "집권여당은 더이상 전문가집단과 기재부를 흔들지 말라"고 주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해야지, 무조건 적자부채를 내는 것은 맞지 않다. 재원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은 이제서야 손실 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기재부와 은행을 쥐어짜고 있다"며 "총리에, 여당 대표에, 경기도지사까지 나서서 나랏돈을 제 돈인 양 여기며 '선거판' 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