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 방치 … 국민재산 갉아먹어"李 향해 금융위원장·금감원장 파면 요구한국은행도 '경고' … "거래 쏠림 심화"이찬원 금감원장 "급히 준비한 건 맞다"
  • ▲ 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한 금융당국이 시장 과열 이후에야 문제를 인정하면서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증시 변동성을 키운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해당 상품의 상장폐지와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파면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국민연금으로 증시를 도박판 만들더니, 아예 코스피 카지노를 차릴 판"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법까지 고쳐서 국민연금 국내증시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재명이 쩐주 맡고, 민주당이 꽁지 장사하는 형국"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민주당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조정과 매도 시점을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는 데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십조 원 규모 매도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 원칙보다 정책 개입을 앞세우려 한다는 것이 장 대표의 주장이다.

    장 대표는 "이미 충분히 위험하다. 외국인들이 빠르게 국내증시를 떠나고 있다"며 "청년들의 미래자산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몰린 212조 원의 자금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등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이상 추종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도 커지지만, 반대로 하락할 경우 손실 역시 확대된다. 

    특히 매일 수익률을 재조정(일일 리밸런싱)하는 구조여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경우 장기 보유 시 실제 기초자산보다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증시로 향하던 국내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안 의원은 해당 상품이 오히려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이며 반도체주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일 리밸런싱 및 차익시도로 시장이 휘청이고, 코스피 공포지수는 90.8로 역대급으로 치솟았다"며 "애초 목표였던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환류와 환율방어 효과도 미미하다"고 짚었다. 

    이어 "홍콩 증시의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금 11조 원 중 한국 유입은 5000억 원에 불과하고, 환율은 이제 1550원 대를 넘나들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 같은 현상이 시장 불안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버리지 특유의 '음의 복리효과'로 투자자 자산 또한 증발하고 있다"며 "출시된 14개 삼전닉스 레버리지 모두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으며, 최대 35.9%의 손실을 입혔다"고 했다.
  •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7월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7월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특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며 관리·감독 부실을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단일 종목에 투자자금이 집중되면 레버리지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매매가 기초 종목의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이는 다시 ETF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금융당국이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일 사고팔며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이에 따라 상승장에서는 오름폭을,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 의원은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고 하루에 수조 원씩 기업의 가치와 국민의 재산을 갉아먹고 있다"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 금융시장 혼란을 방치한 금융당국 책임자를 즉각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무책임한 공직자가 자리만 보전하며 눈치만 보는 꼴을 이 대통령은 왜 관람만 하고 있나"라고 일갈했다.

    안 의원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책임을 물어 파면해야 한다"며 "투자자는 하루하루 녹아내리는 주식창에 전전긍긍하는데, 두 수장은 전망도, 대응도, 대책 마련도 모두 실패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롤러코스피'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측불가능한 잡주로 취급받을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김효은 대변인도 뉴데일리에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뻔한 일을 어떤 보호나 방어막 없이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국가가 방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 역시 전날 논평을 통해 "우리 증시는 그야말로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며 "주식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국내 증시의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특정 종목 쏠림과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지난 5일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규모 비중이 주식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확대는 이런 쏠림 현상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특정 종목으로의 자금 집중을 더욱 심화시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은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실적 호조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부 기업 편중도가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관련 사업 환경 또는 시장의 기대 변화 등에 따라 유출입 규모가 확대되며 한 방향으로의 거래 쏠림을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지난달 24일 기준 55.3%까지 치솟았다. 거래대금 비중도 같은 기간 27.9%에서 63.5%로 두 배 이상 확대되며 반도체주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은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경고한 가운데 정작 금융당국은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과열 이후에야 금융감독원장이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면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매매 회전율 등이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거래 쏠림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못한 데 대해 사실상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했던 금융당국 수장이 시장 과열 이후에야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정책 도입 당시에는 제동을 걸지 못한 채 시장 혼란이 커진 뒤 뒤늦게 책임을 시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플레이어인 투자자는 실익이 크지 않은데,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부분을 심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이어 "그때 당시 드러누웠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며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반도체주 쏠림과 단기 매매를 부추기면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이후 하루 거래대금이 연일 수조 원을 기록하며 거래가 집중됐다.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가 늘면서 같은 물량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래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반복될수록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 규모도 커져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기 전인 5월 26일까지 약 5개월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는 선물시장 급등락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18차례, 주식시장 급락 시 시장 전체 거래를 일정 시간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2차례 발동됐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5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약 5주 동안에는 사이드카가 14차례, 서킷브레이커가 3차례 발동했다. 상장 전 약 5개월간의 발동 횟수에 불과 5주 만에 근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