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서 "중국에 책임 물을 것"…시진핑, '국제사회의 다자협력" 강조하며 반발
  • ▲ [뉴욕=AP/뉴시스] 유엔이 제공한 사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라고 부르며
    ▲ [뉴욕=AP/뉴시스] 유엔이 제공한 사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라고 부르며 "이 전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중국을 비난했다ⓒ뉴시스
    제75차 유엔 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가리켜 "우한코로나를 퍼뜨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맹비난했다. 또 해양폐기물 투기, 수자원 남획 등을 들어 중국을 비난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영상연설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 적은 중국 바이러스다"라며 "우리는 감염병을 풀어놓은 책임을 중국에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풀어놓다(unleash)'란 표현을 쓰며 중국이 고의로 감염병을 퍼뜨렸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이 국내이동은 제한한 반면 출국은 막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다.

    트럼프 "중국이 코로나 '풀어놨다'(unleash)… 반드시 책임 물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WHO를 향해서도 공세를 폈다. 그는 "WHO는 사실상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며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대 사람 감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없다고 거짓 발표했으며 증상이 없는 사람은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WHO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은 매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나라 바다에서도 물고기를 남획하며, 수은 같은 독성물질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공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미국의 두 배에 달하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지만, 지난해 이 협정에 가입한 어느 나라보다도 탄소배출을 많이 줄였다"고 자평했다.

    시진핑 "다자주의·WHO 지지해야… 탄소배출 낮추겠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자주의'와 'WHO 지지' 등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다자주의에 충실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지켜야 한다. 강대국은 강대국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열전이든 냉전이든 세계 어느 나라와도 싸울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우리는 과학의 가르침에 따르고 WHO가 지도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공동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코로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낙인을 찍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지적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성(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것)을 달성하고 2030년부터는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신장 위구르에 유엔조사단 보내야"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를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다뤄야 한다"며 "신장 지역에 유엔 국제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중립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유럽과 여러 나라들은 미·중 갈등에 따라 변하는 세계에서 무기력한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며 "우리의 협력 구조가 붕괴하는 것은 위기"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세계공급사슬망에서의 탈중국화와 이로 인해 변한 세계 질서의 변화에서 유럽국가들이 각자 생존할 길을 찾을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 ▲ [뉴욕=AP/뉴시스] 유엔이 제공한 사진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 [뉴욕=AP/뉴시스] 유엔이 제공한 사진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어떤 나라와도 냉전이나 열전을 벌일 뜻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2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정상의 연설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입장을 보여준 것은 없다. 하지만 경쟁 관계를 강조하며,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양국 관계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SCMP는 다이아나 푸 캐나다 토론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바이러스' 낙인을 찍어 중국을 과도하게 비난했다. 시진핑 주석은 사실은 중국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다자주의로 포장하는 립서비스를 동원해 미국을 공격했다"며 양비론을 폈다. 

    구테흐스 "경제적 분열은 군사적 분열로… 둘로 쪼개진 세계 감당 못해"

    코로나 확산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제75차 유엔총회에선 미·중 충돌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 개회식에서 "우리는 새로운 냉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기술적·경제적 분열은 필연적으로 지정학적·군사적 분열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 "두 개의 경제 대국이 각자의 무역 및 경제 규칙으로 세계를 둘로 쪼갠다면, 세계는 그와 같은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