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러시아가 진상 밝혀야”성명… 러시아 병원 “우리가 검사할 때는 없었다”
  • ▲ 알렉세이 나발니 의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렉세이 나발니 의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의원의 체내에서 독성 성분이 검출됐다고 독일 병원이 밝혔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병원은 “우리 쪽에서 검사할 때는 그런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독일 샤리테병원 “나발니 체내서 독성 성분 검출”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병원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발니 의원 체내에서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 물질이 발견됐다”면서 “정확한 독성 성분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 물질은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효소에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주로 치매 치료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일정 용량 이상 사용 시 횡문근융해증·실신·서맥(심장박동이 분당 50회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병원 측은 “나발니 의원은 현재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다”며 “상태가 심각한 것은 맞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발니 의원은 독극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나발니 의원이 쓰러진 뒤 가족들은 그를 독일로 옮겨 치료하기를 원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의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반대하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21일 독일로의 이송을 허용했다. 그리고 독일에서 나발니 의원이 독성 물질에 중독돼 쓰러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메르켈 “러시아, 진상 밝혀라” 러시아 “그런 일 없다”

    나발니 의원의 체내에서 독성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헤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의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가해자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며 “러시아가 나발니 의원 독극물 중독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나발니 의원이 처음 입원했던 러시아 시베리아 옴스크병원은 즉각 성명을 내고 “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등 광범위한 물질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지만 아무 것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또한 “나발니 의원의 건강이 악화된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나발니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알려진 야당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비행기에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당시 현지 언론들도 나발니 의원이 독극물 중독과 같은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