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횡령·사기 및 쉼터 관련 배임 등 혐의 입증에 주력…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의원직 박탈 가능성
  • ▲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뉴시스
    ▲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뉴시스
    검찰이 '기부금 횡령'과 '쉼터 고가 매입' 등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실을 20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윤미향 전 이사장과 정의연을 둘러싼 여러 혐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사기' 혐의와, 경기도 안성 '피해자 쉼터'를 고가로 매입해 조직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기도 한 윤 전 이사장은 재판에 넘겨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박탈 당할 가능성도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0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정의연 전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20일 오후 6시쯤부터 시작해 12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5시30분쯤 종료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정의연 회계 자료와 각종 사업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금 횡령·사기 및 쉼터 관련 배임 등 혐의 집중할 듯

    서부지검은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구체적 혐의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수사의 초점은 윤 전 이사장의 횡령·사기와 배임 혐의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을 상대로 한 고발 건수는 현재까지 10여 건에 이른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수요집회와 관련한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제외한 기부금 횡령과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 등 사건을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에 배당해 일괄수사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윤 전 이사장이 정의연 기부금을 지정된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며 횡령 또는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356조(횡령·배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또는 임무에 위배해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또 356조(업무상 횡령)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횡령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 ▲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박성원 기자
    ▲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박성원 기자
    사기 혐의와 관련, 윤 전 이사장이 오류가 있는 정의연의 회계 내역을 공시하면서도 후원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법 제347조(사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배임죄는 자신이 업무상 직위에 있을 때 그 직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이로 인해 조직에 피해를 끼친 경우에 적용된다. 

    윤 전 이사장은 재직 당시인 2013년 경기도 안성에 쉼터를 매입하면서 시세보다 가격을 높인 '업(up)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지난달 23일 매입가의 절반 수준에 되팔아 정의연에 두 번의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을 받는다.

    의혹 당사자 윤미향 '잠적'… 금고형 이상 확정되면 의원직 박탈

    의혹의 핵심인물인 윤 전 이사장은 며칠째 잠행을 이어갔다.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 관련 의혹은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윤 전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일부 매체를 선별해 인터뷰에 응했지만, 해명할수록 의혹이 확산하면서 지난 18일 '아파트 매입대금 출처' 의혹에 관한 해명 번복 이후에는 공식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윤 전 이사장은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초선 당선인 연찬회와 수요집회에 불참한 데 이어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브리핑도 취소했다. 지난 사흘간 알려진 윤 전 이사장의 행적은 19일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 사과했다는 것이 전부다.

    이를 두고 윤 전 이사장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고발로 검찰 수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이상 의혹을 확산시키기보다 향후 소환조사 등 검찰의 수사를 준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윤 전 이사장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윤 전 이사장 등 관계자들의 소환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이사장이 재판에 넘겨져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게 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 국회법 제136조(퇴직)는 "국회의원이 피선거권이 없게 됐을 때에는 퇴직한다"고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