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70%" ↔ "전 국민에게"… 정부 ↔ 여당 '긴급재난지원금' 충돌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우한코로나 피해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응하여 시급히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즉각적인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지원 규모를 두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견해가 충돌해 국민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국민들께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 총리는 "'이대로는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게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 국민의 하소연이다. 국민의 삶은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2차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 긴급재난지원금이 최대한 전달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소득이 급감한 가구에도 지원될 수 있도록 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소득과 생계를 보장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총리는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 이하로 제한한다는 기존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전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 총리는 "지원 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신속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자체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원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생계지원사업과 조화롭게 시행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조율했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은 금년도 예산의 조정, 기금 재원의 활용 등을 통해 전액 충당했다"고 밝혔다. 

우한코로나의 현재 상황은 "다행히 우리의 방역상황은 지난 2월 대구·경북의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던 위기상황을 지나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헌신,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시민의식, 투명하고 개방적인 우리의 방역 모델이 합쳐져 급박했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최근에는 방역수칙 준수에 적극 호응해주고 계신 국민들의 협조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규모의 선거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천지 사태와 같은 대규모 집단감염은 종식됐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소규모 집단감염과 해외유입에 의한 감염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일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며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상황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해외의 유행이 계속되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