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 이스타 직원들의 눈물집에 가져다 준 돈 '9만8000원'창업주 이상직 총선 출마… 대주주 일가 수백억 챙길 듯
  • # 2월부터 집에 가져다준 수입 9만8000원. 무급휴직과 임금체불로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돈을 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사판도 일거리가 없다. 이렇게라도 견디자는 마음으로 버틴 두 달. 회사의 3월 급여 미지급과 정리해고 공지에 이젠 모두 포기하고 싶다.


    스타항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전 노선이 멈췄고, 1600여 명의 직원은 대부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직원 급여 60%를 체불했던 지난달에 이어 3월 월급은 한 푼도 주지 못했다. 이달 들어서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생계를 걱정하는 직원들 하소연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이달 초 제주항공으로의 매각 확정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잔금 납입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인수자인 제주항공은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정부가 항공업 대책으로 내놓은 긴급 자금 대출은 담보가 없어 당장 쓸 수 없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前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녀들은 수백억 매각대금을 손에 넣었다. 총 거래액은 545억원으로, 딜 대상이던 이스타 지분 51.71%는 현재 이 전 이사장의 아들과 딸이 나눠 갖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전주지역에서 4월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선거 비용 대부분은 회사 매각 대금에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현재 각종 선거 홍보에선 ‘前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이라는 경력이 빠지지 않는다.

    업계 안팎에선 거센 비판이 나온다. 회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직원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마당에 창업주로서의 책임감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직전 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故 조양호 회장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스타항공은 수년간 이어온 자본잠식 등으로 이번 위기에 더욱 심하게 휘청이고 있다. 사실상 경영 주체였던 이상직 전 이사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전 이사장의 다음 목표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국회의원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정계 바이블’로 불리는 막스 베버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책임감을 강조한다. 베버의 이론처럼 자신의 경영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나쁜 오너’는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가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