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硏, 2월24일 지도부에 "비례연합 참여" 보고서 전달… 미래한국당 비난→'비례정당 필요' 입장 급변
  • ▲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부렁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권창회 기자
    ▲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부렁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권창회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지난달 24일 ‘민주당이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해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외비 보고서를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동아일보'가 7일 보도했다. 당시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갑작스레 ‘비례민주당’을 띄운 상황이다. 보고서가 당 지도부에 보고된 24일 이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향해 “불법 꼼수 정당”이라며 각을 세웠다. 맥락상 민주당이 미래한국당을 비난하는 와중에도 일찌감치 비례 위성정당을 준비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 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A4용지 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정의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경우 22석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한국당은 18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비례 후보 단일화해 탄핵세력 1당 되는 것 막아야”

    해당 보고서는 특히 비례연합정당 참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보고서는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을 도둑질하려 했다. 그런데 이런 사악한 편법을 막을 도리가 없다”며 “이대로 가면 미래통합당은 지역 선거구에서는 지고도,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장회사의 우회상장 편법이익으로 원내 1당이 될 게 뻔하다”고 했다.
     
    이어 “촛불 혁명 세력의 비례대표 후보 단일화를 통해 탄핵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소수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려고 개혁했던 선거제도에 거대 정당이 힘과 꼼수로 의석을 탈취하는 결과를 무력하게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가 우리 당에 제안한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당내에서 진지하게 공론화할 때”라고 덧붙였다. 

    민주연구원은 “비례연합정당 합류 후 민주당 몫의 비례후보를 후순위에 배치해야 하는 전략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등 구체적 계획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비례연합정당에 다른 소수야당이 함께하게 된다면 우리 당 순번을 모두 뒤로 배치하는 배수의 진을 칠 각오도 가져야 한다. 우리 당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절박한 심정으로, (연합정당에) 함께 할 여지와 명분을 만드는 게 합당하다”며 “앞 순번 다수 의석을 진보의 가치, 청년과 생태, 소수자 권리 등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던 소수 정당에 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해찬‧이낙연‧이인영도 보고서 공유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이미 이해찬 대표,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에도 보고됐다. “이들이 지난달 말부터 수차례 비공개 토론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직전인 23일까지만 해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비례정당을 만들 수 없다”며 “(우리당과는) 무관한 흐름”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고서가 지도부 손에 들어간 24일부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보수연합에 원내 제1당을 뺏길 수 없다는 민병대들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비례에서 26석을, 민주당이 6석, 정의당이 6석을 가져가면 42석이고 이렇게 배분되면 비례에서 20석을 밑지고 원내 1당을 뺏긴다는 얘기”라고 했다.

    홍익표 수석 대변인도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꼼수 정당을 우리가 스스로 주도해서 한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이분들이 (지지자들이 별도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하시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에서 해당 보고서 등을 토대로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