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질문에 김앤장 변호사 "'재판부 심부름' 임종헌, 대법원 뜻으로 이해"… 양승태 관여는 '글쎄'
  • ▲ (왼쪽부터) 21일 54차 공판에 출석하는 고영한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박성원 기자
    ▲ (왼쪽부터) 21일 54차 공판에 출석하는 고영한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박성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관여했다는 김앤장 변호사의 증언이 나왔다. 김앤장 변호사는 이를 두고 '윗선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 같다'고 추측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지난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62·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5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대형로펌 김앤장의 조귀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앤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을 대리했다. 

    앞서 대법원(주심 김능환 대법관)은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측은 박근혜 청와대·외교부가 이 판결을 번복하기 위해 대법원 측 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해외공관 법관 파견, 상고법원 추진 등을 위해 박 정부와 '재판 거래'를 한 의혹을 받는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려 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임종헌 연락, 대법원 뜻으로 봤다" 

    조 변호사는 법정에서 2015년 무렵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후 차장)이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5년 초, 정부부처 등 관계기관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외교부는 2016년 11월 '2012년 대법 판결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앤장이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한(2016년 10월) 뒤로부터 한달 지나서였다. 

    이를 두고 검찰 측은 "임종헌 당시 실장이 윗선, 즉 행정처 처장이나 대법원장의 뜻을 한상호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이해했는가"라고 물었다. 조 변호사는 "임종헌 실장이 어떤 의도로 연락을 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본인 혼자 생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의사가 반영됐다고 생각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이어진 검찰 측 주신문, 변호인 측 반대신문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에 대해 선을 그었다. "2015년 5월 외교부 의견서 제출 및 전원합의체 회부 방안을 양 전 대법원장도 잘 알고 있다고, 한상호 변호사로부터 들은 적 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법원장 잘 알고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또 "외교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때,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도 "그런 이야기를 한 변호사가 했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실무담당자로서 인식한건, 이른바 '청와대 회동' 등은 전혀 몰랐다"며 "임종헌 당시 실장의 연락을 받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기정사실화가 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당시 김앤장에서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위해 대법원장 권위나 리더십을 활용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는가"라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질문에도 "그런 것을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판 말미 "임종헌 실장이 한 변호사에게 촉구서를 내라고 권유했다"며 "이는 대법원의 협조요청 정도로 인식했고 구체적인 발언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측이 재차 "당시 재판부 심부름을 임종헌 실장이 했다고 생각했는가"라고 묻자 "예를 들면 그렇고, 당시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혼자 평가를 하자면 뭔가 동기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두 달 만에 재개된 이날 재판에서 "(폐암 수술 후) 회복 중인 양 전 대법원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일단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다음 재판은 3월 4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