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프란시스코조약 '일본인 전쟁포로 청구권 포기' 깨질까 우려…日 입장 지지
  • ▲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들. 강경화 장관의 얼굴이 굳어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들. 강경화 장관의 얼굴이 굳어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일관계 악화의 시발점이 된 일제 강제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1952년 4월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앞세워 미국에 한국 압박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1일 “한일 간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일본 측에 ‘그건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지지의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측 주장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는다”며 “한국 정부의 배상 요구는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므로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 측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주장을 지지한다는 내막은 이랬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뒤 일본 정부는 “만약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2차 세계대전 때 발생한 일에 대한 배상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의를 미국 국무부에 보냈다. 예를 들면 대통령 행정명령 제9066호와 같은 일에 대한 문의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1942년 2월 행정명령 제9066호를 발동해 미국에 거주하던 수천여 명의 일본인을 수용소에 가뒀다. 미국 정부는 수십 년 뒤 이에 대해 공식사과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8년 일본계 미국인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이 만약 또 그런 주장을 한다면 법원에 해당 고소는 무효라는 의견서를 보낼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마이니치 “미국, 샌프란시스코조약 체제 흔들릴까 우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말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예외를 인정할 경우 1952년 4월 체결한 미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규정한 ‘전쟁청구권의 포기’라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일본 측에 “당신네 의견을 지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 ▲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하는 요시다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하는 요시다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문은 “지난 7월 열린 미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일본의 법적 입장을 확인했고, 8월 초 고노 다로 외무상이 태국 방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도 미국 측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해줬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청구권을 모두 포기하고, 일본은 무상공여 3억 달러, 장기저리대출 2억 달러를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한일청구권협정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4조를 기초로 체결한 협정”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4조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발생한 피지배국 국민들의 피해를 별도 논의를 통해 보상하고, 당시 일본 정부가 소유했던 피지배국 자산도 모두 돌려주도록 규정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전쟁 당시 국가에 의해 발생한 피해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이를 바탕으로 논의됐다. 그 덕분에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남겨두고 간 적산(敵産)을 반환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1960년 기준으로 일본이 남기고 간 적산은 한국 23억 달러, 북한 27억 달러 상당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 해 한국의 국민총생산(GDP)은 39억5800만 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