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명절에 외교관과 주민들에게 진짜 선거가 뭔지 보여줄 것…신변안전용 가명 '태구민'으로 출마
  • ▲ 자유한국당 영입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자유한국당 영입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4월 총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하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16일 "김일성 생일에 북한 주민들이 저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유롭게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태구민'이라는 가명으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영호 "이번 4.15 총선은 김일성 생일"

    태영호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와 향후 선거운동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회견에서 "21대 총선이 열리는 4월 15일,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날, 태양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선거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바람이었다.

    그는 "제가 선거법을 읽어보면서 공부하는데 놀랐다. (선거 규정과 절차가) 이렇게 구체화되어 있다니, 아마 세계에서 우리 선거법만큼 구체화되어 있는 법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북한에서 선거라고 하면 선거 당일날 줄을 서서 선거장으로 들어가 표를 찬성함 통에 넣고 나온 기억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북한 엘리트들조차 민주주의 선거를 어떻게 치르는 지 전혀 모른다. 그 과정을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총선에 무관심했던 북한지도부와 해외에 있는 외교관, 수만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매일마다 대한민국이 선거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되는 과정을 낱낱이 살피며 자유민주주의를 학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비자 발급받고 북한 관광 가라? 영구 분단 선언"


    문재인 정부가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금강산과 개성 개별 관광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태 전 공사는 "금강산 피살 사건 같은 일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엉뚱하게 비자를 받고 북한 관광을 가라고 하는데, 이건 한국이 먼저 영구 분단을 하자는 소리"라며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재개주장에 대해서는 "비핵화에서 아무런 진전도 없는데 개성공단을 재개 하자는 주장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북한에 선의를 보이고 정성을 다하면 핵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결단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만 더욱 키울 뿐"이라는 것이 태 전 공사의 평가였다. 그는 "지금의 평화는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히 유지하는 '정의롭지 못한 평화'"라며 "우리가 주동적으로 지켜나가는 '정의로운 평화'로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자유한국당 영입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자유한국당 영입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북한 변화 이끌어내는 태영호가 될 것"

    태 전 공사는 이번 선거에서 태구민(太救民)이라는 가명으로 출마한다. "한자는 '구원할 구'에 '백성 민'을 써 북한의 형제 자매들을 구원해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지난 몇년간 신변 안전에 크게 도움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2016년 12월 주민등록을 취득할 당시 북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실제와는 다른 생년월일과 가명을 썼고, 총선을 계기로 원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기 위해 개명 신청을 했으나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일단 가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됐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태영호는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를 알리는 태영호이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태영호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선거 운동을 뛰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북한과 대한민국 선거가 어떻게 다른지 체험한 점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기간 중 신변안전 우려를 주변에서 제기하자 태 전 공사는 "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당당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믿는다. 제가 선거 활동의 모든 것을 우리 정부도 법과 헌법 가치에 맞게 보장해주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당 결정 존중하겠다"


    비례대표 후보가 아닌 수도권 전략공천 대상이 된 데 대해 태 전 공사는 "지역구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평화, 남북교류·협력, 인권, 북핵 등에 집중하고, 지역구가 결정된 뒤에는 해당 지역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겠다"고 선거운동 계획을 밝혔다. 지역구 선정과 관련해서 그는 "평범한 당원으로서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 그것이 저의 의무"라고 밝혔다.

    배정받은 지역구 현안이나 사정에 어두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분명히 부족한 점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당 조직이나 선출직 등의 도움을 받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구민이 저를 선택해주시면 대한민국 국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선거 출마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에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제가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 과연 남북관계를 해치고 대한민국 안보환경을 해친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이날 회견을 함께 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 전 공사의 신변 보호를 위한 국가 경호가 선거에 활용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질문에 "태 전 공사는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누구나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며 "탈북 과정에서의 특수성 때문에 신변 보호를 받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