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는 통합도, 혁신도, 비전도 제시 못해…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 ▲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9일 탈당을 선언하고 '실용적 중도정당'을 기치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철수 전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통보, 최후통첩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안 전 대표가 (자신에게) "회사 오너가 CEO에게 해고통보하듯 (했다)"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꾸고, 비대위원장을 전 당원투표로 선출하자는 안 전 의원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재창당 포기… 실용적 중도정당 성공해야"

    안 전 의원은 이날 "(바른미래당이) 내부 통합도, 혁신도, 국민께 삶의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되었다"며 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소속 의원 개개인의 높은 역량은 기성 정치질서에 묻혀버렸다"며 다른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연대할 여지를 남겼다.

    또 "국민들은 매일 매일의 삶이 불행하고 당장 내일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그런데 기득권정치는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 갈라 싸우게 하면서, 자기 정치세력 먹여살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의 뜻도 내비쳤다. 그는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하여 그러한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손학규, 안철수가 당 접수한 뒤 보수통합 나설 것 우려했나

    안 전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적정한 수준으로 물러나고 안 전 의원이 당의 전면에 나선다면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의 탈당으로 이미 당 장악력을 상실한 손 대표의 힘만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손 대표가 안 전 의원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화 관련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안 전 의원이 당을 접수한 후 자유한국당 등과 중도보수통합에 나설 것으로 손대표가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8일 손 대표는 퇴진 요구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며 안 전 의원을 향해 "유승민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말이 그런 의심을 함축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손 대표 입장에선 안 전 의원이 정말로 중도 실용의 길을 걸으려 한다면 자신과 함께하면 되는데, 자신을 왜 굳이 밀어내려 하는지 그 의도를 의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과 통합할 듯

    이 관계자는 이어 "안철수 탈당은 최악의 사태"라며 "당장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가 당을 끌고 나가기는 어렵다.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가 내일까지는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합당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