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윤리감사관 "물의 야기 법관 현황 문건, 통상 업무"… 법관 비위 무마 의혹도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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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이 또 나왔다.ⓒ정상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이 또 나왔다. '법관의 비위를 무마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성향 판사들을 탄압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전직 법원행정처 판사들은 "정기인사에 앞서 법관들의 징계현황 등을 정리해 문건으로 만드는 것은 통상적 업무"라고 증언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52차 공판기일에 윤모 전 부산고등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렀다.윤 전 법원장은 2015년 2월부터 2년간 부산고등법원장으로 근무하며 '비위 법관 무마' '조현오 전 경찰청장 항소심 사건 재판 개입' 등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윤 전 법원장은 '비위 법관 무마'라며 검찰이 주장한 '문모 전 부산고등법원 판사 사건'에 대해 "범죄가 아닌 '법관의 품위 손상'에 해당되는 문제로 판단한 것"이라며 문 전 판사의 비위를 무마한 게 아니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절차적 규정 없고 지난번에도 따로 행정처에 보고 안 했다"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2015년 가을 무렵 윤 전 법원장에게 '문 판사가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와 골프회동을 하는 등 비위가 있다'는 대검찰청 첩보 내용을 전달하며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하라'고 지시했다. 비위 법관의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자(징계청구권자)는 현행법상 대법원장·대법관과 각급 법원장 등이다.검찰은 당시 최모 판사 뇌물수수 문제, 정운호 게이트 등으로 사법부 신뢰 문제가 제기된 상태에서 박 전 처장이 문 전 판사의 비위사실을 숨겼다고 본다.하지만 윤 전 법원장은 검찰의 판단을 부인했다. 윤 전 법원장은 검찰 주신문과 피고인 측 반대신문 과정에서 문 전 판사를 직접 불러 경고했다"며 "문 전 판사의 비위 내용이 범죄가 아닌 '법관의 품위 손상'에 해당돼 중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윤 전 법원장은 또 "문 전 판사와 정씨 간 유착관계에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처장에게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차적 규정이 없고 법원행정처에 과거에도 보고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2015년 12월 실시한 '2015년도 근무평정'도 논란이 됐다. 근무평정은 다음해 법관 인사에 반영된다. 윤 전 법원장은 2015년도 근무평정에 문 전 판사가 비위로 인해 구두경고를 받은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 "깜빡했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윤 전 법원장은 이어 "2016년 초, 박 전 처장이 전화해 '문 전 판사가 얼마 전 물의를 야기한 것도 있는데 인사평정을 '상'으로 한 건 부적절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고 인정했다."박병대, '문 전 판사 물의 야기했는데 인사평정 왜 '상'인가"두 번째, 조현오 전 서울경찰청장 관련 사안이다. 조 전 청장은 2016년 부산고등법원에서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윤 전 법원장에게 '재판을 천천히 하라' '충실한 심리를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전 청장의 선고를 앞두고서다. 윤 전 법원장은 "선고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피고인 측은 이어 "당시 검찰과 언론 등이 재판 공정성과 신뢰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었고, (중략) 판결상 염려를 전달하는 것으로 특정 재판을 유도할 목적이 아니지 않았는가" "법원장으로서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게 아닌, 법원 공정성 등의 소문이 들리니 신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한 것인가"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윤 전 법원장은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한편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이날 문 전 판사 비위 첩보가 전달된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변호인는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를 전달했는데, 공식적인 공무원의 비위가 아니라 친전 형식으로 밀봉해서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정식적인 방식이 아니었고, (법원행정처가) 반드시 감사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특정 성향 모임 소속 이유만으로 물의 야기 넣은 적 없다"앞서 지난 11일 50회 공판에서는 '물의 야기 법관 현황 문건' 등을 두고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 선 김모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은 "'특정 성향 모임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물의 야기 법관 현황에 선별해서 넣은 적은, 제가 있는 한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4년 2월~2016년2월 윤리감사관으로 재직하며 '문모 부장 향응수수 검토 문건(2015년 9월9일)' '물의 야기 법관 현황 문건(2014~2015년)' 등의 작성에 관여했다.법원행정처는 다음 해 법관 인사에 반영하기 위해 물의를 야기한 법관 현황, 조치 결과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성향 판사들에 대한 탄압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전 감사관은 그러나 "물의 야기 법관 현황 문건은 매년 법관 정기인사에 앞서 징계나 경고를 받은 법관을 선별해서 작성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그동안 통상적으로 해오던 업무'라는 취지로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