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판서 이규진 전 양형실장, 상고법원 관련 증언… "인사모·상고법원 위해 이수진과 상의"
  •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 ⓒ박성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 ⓒ박성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이수진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구을 후보)가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한 상고법원을 위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과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을 만났다는 증언이 반복됐다.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재판 증인으로 선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한) 상고법원을 위해 서기호 전 의원 등을 (이수진 전 연구관과) 만나 설득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62·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59차 공판을 진행했다. 3월27일, 4월1일에 이어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 전 상임위원은 3월27일 57차 공판에서도 검찰 측 질문에 "이수진 재판연구관이 서기호 전 의원을 잘 안다고 해 '상고법원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했다"고 답했었다.

    진보 성향 학술대회,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 논란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 윗선에 보고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양승태 사법부의 △헌재 내부 정보 수집 △주요 재판 개입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입법·행정부와의 거래 등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이다. 그와 이수진 전 연구관, 서기호 전 의원(판사) 등은 모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8시간 가량 이어진 반대신문 과정에서도 "서기호 전 의원이 판사로 근무할 때는 서로 모르는 사이었고, 2015년 4월2일 이수진 전 연구관과 함께 만났을 때 (서 전 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당시 박병대 처장이 제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던) 서기호·서영교 전 의원을 접촉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그냥 실장회의에서 말씀한 것을 (2015년 3월27일자) 업무수첩에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수진 전 연구관은 지난 1일 58차 공판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이 전 상임위원은 법원 내 진보 성향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주도세력을 설득하기 위해 이수진 전 연구관의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는 2017년 1월 무렵의 일로, 법원행정처는 당시 인사모의 공동학술대회를 우려했다. 이수진 전 연구관은 인사모 소속이었다.

    "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 등 상의 많이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1일 "이수진 전 연구관에게 '학술대회가 열리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상의한 적 있다"며 "이수진 입장에서는 행정처 실장회의 내용을 전달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소연을 겸해 연락한 것이지 어떻게 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연구관은 자기 의견을 특별히 말한 것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 다만 공동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연구관의 말을 듣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들어가게 됐고 당시 김명수 회장(현 대법원장)을 만나서 제가 회장이 된 것"이라며 "이 전 연구관에게 인권법연구회 관련해선 상의를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전 연구관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인권법연구회 초기 활동을 한 선배 판사가 만남을 조율해달라는 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주선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임종헌 전 차장, 6월 초부터 10차례 증인신문 예정

    상고법원 외에도 '양승태 사법부'가 받는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3일 "파견법관으로 헌재에 내가 (2001~2002년) 근무할 당시에도 헌재 자체 연구관들이 농담삼아 파견법관들을 '공식 정보원'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의 민감하고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의 말도 보탰다.

    한편 '핵심 인물'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6월 초부터 이들 재판에 증인으로 선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실무진들과 '윗선'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최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자신의 재판을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 대해 6월 5일을 시작으로 총 10차례 증인신문을 예정했다.